일본의 보수 성향 매체 산케이신문이 한·미 정상회담의 ‘워싱턴 선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매체는 이례적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을 본받아야 한다고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산케이신문은 28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골자로 확장억제를 강화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며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북한에 핵 사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의 눈치를 보며 미국과 거리를 두었던 문재인 전 정부와 달리, 윤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현실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 미국도 이에 화답하며 한국 방어 의지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긍정적 평가에는 기시다 정권에 대한 일본 보수 진영의 시각이 담겼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주변국 안보정세 대응과 군사 능력 확충 등 현안에서 기시다 정권이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미 공조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매체는 “한미 공조는 북한뿐 아니라 대만에 대한 위협을 반복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미 동맹 체결 70주년을 맞아 한미관계가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워싱턴 선언’에는 미국의 핵전략계획과 관련한 정보를 한국과 공유하는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국 기항을 명시하기도 했다. 이에 산케이신문은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은 냉전 시대인 1980년대 초반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NCG는 미국 핵 정책에 대한 계획 수립과 훈련에서 한국 측의 참여도 인정하는 것”이라며 “유사시 확장억제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국 측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목적과 함께 한국 내에서 나오는 독자적인 핵무장론을 억제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례적으로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산케이신문은 “윤석열정부가 행동으로 보여준 핵 위협에 대한 위기감과 문제의식을 기시다 후미오 정권은 얼마나 갖고 있을까”라며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을 본받으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다만 핵 협의 그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계획그룹(NPG)과 달리 미국의 핵무기가 한국에 배치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핵 잠수함 기항만으로 충분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NPG는 나토의 핵공유협의체로, 미국의 핵 우산을 통해 적의 핵 위협에 대응한다는 대목은 NCG와 같다. 하지만 전략핵잠수함만 전개하는 NCG와 달리 핵무기를 나토 회원국에 배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연유로 핵 계획그룹만으로 확장 억제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