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분기 반도체에서만 4조5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적자 규모가 1분기에만 8조원에 달하면서 한국 경제 전반의 충격이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63조7500억원, 영업이익 6400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18% 감소했고, 지난해 1분기 14조12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요가 급감한 게 실적 하락으로 직결됐다. DS부문은 매출 13조7300억원, 영업손실 4조5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매출 27조8700억원, 영업이익 8조4500억원에서, 매출은 49%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D램의 경우 서버 등 고객사 재고가 높아 수요가 부진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서버 및 스토리지의 수요 약세에도 불구하고 고용량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해 비트 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시스템LSI는 모바일, TV 등 주요 응용처의 수요 부진에 따라 SoC, 센서,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주요 제품의 수요가 급감해 실적이 하락했다. 파운드리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되었고, 고객사 재고 증가로 주문이 감소해 실적이 하락했다.
전날 SK하이닉스는 1분기 영업손실로 3조402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손실을 합하면 8조원에 육박한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 회복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올해 반도체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세트 부문은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전체 실적에서 적자를 면했다. DX부문은 매출 46조2200원, 영업이익 4조21000억원을 기록했다.
MX는 갤럭시 S23 시리즈 판매 호조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률이 두 자릿수 이상으로 회복됐다. 또 운영 효율화로 플래그십, A시리즈, 태블릿 모두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VD는 시장 비수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TV 시장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프리미엄 TV 판매에 주력하고 운영 비용을 절감해 전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수익성이 개선됐다.
생활가전은 수요 부진과 비용 부담이 지속되어 전분기 수준 실적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는 매출 6조6100억원, 영업이익 7800억원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패널의 경우 시장 위축으로 실적이 하락했으나 폴더블 모델 확대, 플래그십 판매 호조로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시장 주도권을 유지했다. 대형 패널은 QD-OLED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적자폭이 완화됐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시설투자에 10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반도체 9조8000억원, 디스플레이 3000억원 수준이다.
메모리의 경우 중장기 공급성 확보를 위한 평택 3기 마감, 첨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4기 인프라 투자 등이 진행됐다. 또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투자와 후공정 투자도 지속했다.
파운드리는 첨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해 미국 텍사스 테일러 및 평택 공장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됐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모듈 보완 및 인프라 투자가 집행됐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