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이 예의가 없다”…관리소 직원에 가스총 쏜 60대

입력 2023-04-26 15:40
입주민이 쏜 가스총에 쓰러진 관리사무소 직원. 가스총을 쏜 입주민은 쓰러져 괴로워하는 직원을 바라보며 “싸가지가 없다. 너 같은 놈은 죽어도 된다”며 막말을 이어갔다. JTBC '사건반장' 화면.

표정에 예의가 없고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가스총을 쏜 입주민이 경찰에 입건됐다.

25일 JTBC ‘사건반장’은 이날 오전 7시쯤 충북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60대 입주민 A씨가 50대 시설관리 직원 B씨에게 가스총을 발사한 사건에 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는 얼마 전부터 외벽 도색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A씨는 공사 작업을 하는 인부들이 자신의 집안을 들여다보면서 노려봤다고 주장하며, 흉기를 들고 내려와 공사 관계자들을 위협해 왔다.

A씨의 위협이 계속되자 공사 감독자는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불안해서 공사를 못 하겠다. 외벽 공사는 줄에 매달려서 하는데 줄이라도 자르면 우리가 죽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저희가 현장을 잘 감독하겠다”며 중재했다. 하지만 A씨는 24일 오후 또다시 인부가 자신을 노려본다며 “누구 허락받고 이렇게 공사를 하느냐”고 관리사무소에 항의했다.

관리소장은 A씨가 공사 관련 5년 치 서류를 준비하라고 요구해 서류까지 다 준비했지만, 정작 관리사무소에 찾아온 A씨는 서류를 보지도 않았다. 대신 직원들을 향해 “표정이 예의가 없다.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막말을 했다.

A씨는 다음날인 25일 오전 6시부터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다시 행패를 이어갔다. 그는 “어제 서류를 마저 보겠다”고 했고, 오전 7시쯤에 관리사무소를 찾아 “다른 서류를 가져오라”라고 명령했다.

이에 직원 B씨가 “어제 준비한 서류도 한 건도 안 보시지 않았냐. 저는 현장 실무자라서 서류 부분은 잘 모른다. 이거 먼저 보시고 사무직원 오면 이따 전달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A씨는 “직원 주제에 말을 안 듣냐”며 욕설을 시작했고, 갑자기 주머니에서 가스총을 꺼내 약 50㎝ 거리에서 가스총을 쐈다.

B씨는 왼쪽 눈 바로 위 눈썹 뼈 부분에 가스총을 맞고 쓰러졌다. 총구가 조금만 아래로 향했다면 실명할 수도 있었다. A씨는 쓰러져 괴로워하는 B씨를 바라보며 “싸가지가 없다. 너 같은 놈은 죽어도 된다”며 막말을 이어갔다. 이후 경찰이 출동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해 1차 조사를 마친 후 특수상해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A씨는 이미 동네에서 행패와 갑질 등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A씨가 이사 온 후 욕설에 시달려 그만둔 경비원과 직원이 많았으며, 심지어는 같은 동에 사는 입주민들도 A씨가 무섭다며 관리사무소에 연락해오는 일이 허다했다.

해당 사연을 들은 양지열 변호사는 “특수상해로 이 정도 위험을 불러일으켰다면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실형 선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