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 홍보대사·슬로베니아 배경?” 이탈리아 홍보영상 뭇매

입력 2023-04-26 12:09
슬로베니아에서 찍은 사실이 들통난 이탈리아 관광 홍보 영상의 일부장면. 이탈리아 관광부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이탈리아 정부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든 홍보 영상 중 일부가 슬로베니아에서 촬영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이탈리아 관광부가 제작한 홍보 영상의 일부가 이탈리아 인접국인 슬로베니아의 코타르 지역에서 촬영됐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관광부는 최근 비너스를 홍보대사로 내세운 ‘경이를 열다’(Open to wonder)라는 제목의 새 관광 캠페인을 공개했다. 비너스는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이탈리아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작품 ‘비너스의 탄생’에서 묘사된 인물이다.

관광부는 비너스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구성했으며, 비너스가 청자켓, 미니스커트를 입고 피자를 먹으며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 명소를 소개한다.

영상 공개 직후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누구나 아는 관광 명소를 배경으로 한 데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인 피자를 먹는 장면에 대해 SNS에서는 “촌스럽다”“창피하다”“진부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홍보영상의 한 장면이 이탈리아가 아닌 인접국 슬로베니아에서 촬영됐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해당 장면은 영상 초반 27초쯤에 한 무리의 젊은 남녀가 햇빛이 비치는 테라스에서 와인을 마시며 웃고 있는 모습에 등장한다. 매체는 “날카로운 눈썰미를 가진 누리꾼들은 이곳이 슬로베니아 코타르 지역에 있으며, 테이블 위의 와인병에는 코타르 와인 라벨이 붙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홍보 캠페인에 900만 유로(약 132억원)가 쓰였다는 사실도 추가로 알려지며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술사학자인 토마소 몬타나리는 “기괴하고 터무니없는 돈 낭비”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다니엘라 산탄체 관광부 장관은 900만 유로라는 돈은 전 세계 공항과 도시에서의 홍보를 포함한 총비용이라고 설명하며 “비너스를 인플루언서로 묘사한 것은 젊은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