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굶주린 토끼떼 습격…엎친데 덮친 스페인

입력 2023-04-26 11:55 수정 2023-04-26 12:46
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인이 극심한 가뭄으로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굶주린 토끼들까지 농장을 습격하면서 농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4일 “스페인 카탈루냐 북동부 지역의 농부들은 극심한 물 부족과 토끼 떼의 재앙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여름 기록적 더위를 겪고 겨울엔 유독 강수량이 부족했다. 이 탓에 어린 포도나무가 첫해를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다수 지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특히 가뭄 피해가 가장 심각한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 지역의 저수량은 기존의 26%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기간 개체 수가 폭증한 토끼들로 인한 피해도 커지고 있다. 어린 밀과 보리, 포도나무 껍질 등 농작물을 먹어 치우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 풍경.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카탈루냐의 농부 알렉 푸아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2년 동안 토끼 사냥을 할 수 없었다. 점액종증(토끼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면역이 생긴 암컷은 두 달 만에 7~8마리의 새끼를 낳는 등 토끼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카탈루냐 정부도 토끼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오는 9월까지 25만 마리 이상의 토끼를 사살해야 한다며 ‘토끼 소탕’에 나섰다. 토끼에게 치명적인 독성 가스를 방출하는 인산 알루미늄을 토끼굴에 투하하는 것도 허용했다.

카탈루냐 지역은 심각한 가뭄 때문에 지난 2월 말 농업용수 사용량은 40%, 공업용수 사용량은 15%로 감축하는 등의 조치에 들어간 상태다. 주민 1인당 하루 평균 물 공급량도 250ℓ에서 230ℓ로 줄였다.

그러나 다음 달 지방 선거를 앞두고 지역 의원들이 유권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추가 제한 조치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