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방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이 파산 위험성 커지며 주가가 폭락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는데, 예금 유출 규모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컸던 게 문제가 됐다. 사실상 산송장 상태라는 비관적 분석까지 제기됐다.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FRB 주가는 전 거래인보다 49% 이상 급락한 8.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FRB 주가는 지난 2월 고점(147달러) 대비 94%나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SVB 파산 직후 급락이 시작됐고, 미 금융당국의 긴급 조치로 14달러 선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전날 은행 예금 보유액이 1045억 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720억 달러(40.8%) 감소했다는 1분기 보고서가 공개되며 이날 폭락이 재연됐다.
시장의 1분기 예상 예금액 평균치(1450억 달러)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월가 예상보다 고객들의 뱅크런 규모가 훨씬 컸다는 의미다. 지난달 JP모건 등 대형 은행 11곳으로부터 300억 달러를 지원받은 것을 고려하면 실제 감소액은 1020억 달러가 넘는다.
웰스파고는 “뱅크런 규모가 시장 추정보다 훨씬 나빴고, 회복하기 매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줄어들었고, 매출은 13% 감소했다. 특히, 연방준비은행(FRB) 등으로부터 빌린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차입금에 대한 이자가 대출해 의한 이자보다 많아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회사 측이 사태 해결을 위해 500억~1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모기지 및 증권 매각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FRB는 1분기 현재 대출 1730억 달러와 투자 증권 350억 달러 등 233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2분기 직원 수도 20~25% 감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망은 좋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현 상황을 산송장(Living Dead)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티모시 코피 애널리스트는 “이 은행은 살아남기 위해 성장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DNA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FRB 주주들은 회사와 감사인 KPMG가 은행 대차대조표의 유동성 건전성을 허위 작성했다며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