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59)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이민정책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크레이머 교수는 다음 달 2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인데, 선진국들은 이민 정책을 통해 경제활동인구를 확충하고 있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이민 정책의 우수 사례로는 홍콩·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대상 특별비자 프로그램을 꼽았다. 크레이머 교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이) 경력이 단절된 고숙련 국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고, 내국인 저숙련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등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수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 정책 강화는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고령자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해법이라고도 덧붙였다.
최근 떠오른 챗GPT 등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도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생산성 향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빈곤 퇴치를 위해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디지털 기술 혁신의 선두 주자라는 위치와 비약적인 경제발전 경험을 살려 선진국과 개도국 간 소득 격차, 디지털 격차 완화에 비중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빈곤 퇴치를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도입한 공로로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오는 5월 2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ADB 연차총회에 참석해 ‘한국 세미나의 날’ 행사에서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장과 기조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