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인데 돈 벌래”…장애인 유인·감금해 돈 뜯은 일당

입력 2023-04-25 14:23
국민일보 자료사진

국가정보원 직원과 경찰관을 사칭해 지적장애인을 유인·감금하고 수천만원을 뜯어낸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 일당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 화천경찰서는 영리유인, 감금, 준사기 등 혐의로 3명을 붙잡아 이 중 20대인 A씨와 30대인 B씨를 각각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달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지적장애인 20대 C씨를 경북 포항 등으로 유인해 보름 넘는 기간 동안 감금하고 C씨 명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소액 대출을 받는 등 2200만원 가까이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국정원 직원과 경찰관, 군인 등을 사칭하며 C씨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많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로 C씨를 유인했다.

이 말에 속은 C씨는 일당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자, A씨 등 태도는 돌변했다.

A씨 등은 C씨 명의로 새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소액결제를 하거나 제2 금융권에 대출을 신청해 돈을 뜯어냈다.

이들 일당은 고가의 영어회화 교육 프로그램을 구매하고는 되팔아 현금화하기도 했다.

C씨 부모는 “아들이 집에 오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C씨가 3월 6~16일 대구·포항 지역에서 머문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이 C씨 위치를 확인한 뒤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사건은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A씨 등은 C씨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일당은 C씨를 다시 유인해 3월 19∼24일까지 감금한 뒤 같은 수법으로 돈을 갈취했다.

경찰은 C씨 명의로 휴대전화 여러 대가 개통된 점 등을 수상히 여겨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대구와 포항 지역에서 A씨 등을 차례로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C씨 외에도 피해자 5명에게 같은 수법으로 돈을 뜯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일당은 C씨 등 피해자 6명으로부터 총 3900만원을 갈취했고, 이 돈을 유흥비와 차량 렌트비, 숙박비 등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6명 외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A씨 등을 상대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