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전직 대통령 3명, 한 교도소에서 만났다

입력 2023-04-24 16:10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는 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루 전 대통령(가운데)이 2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페루로 송환돼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페루 전직 대통령 3명이 동시에 한 교도소에 복역하게 됐다고 AFP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퇴임 대통령들이 교도소에서 한자리에 모인 것으로 근현대 페루 역사상 불명예스러운 기록 중 하나로 남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페루 검찰은 이날 수백억원대 뇌물 혐의를 받는 알레한드로 톨레도(77) 페루 전 대통령을 미국에서 범죄인으로 인도받아 교도소에 구금했다고 밝혔다. 페루 안디나통신과 일간 엘코메르시오도 톨레도 전 대통령의 구금 사실을 전했다.

톨레도 전 대통령은 이날 2명의 미국 보안요원과 함께 민항기 편으로 페루에 도착했다. 그는 삼엄한 경비 속에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은 뒤 수사당국 건물에서 검진을 받았다. 이후 곧바로 법원으로 이동해 구금을 위한 심문에 응했다.

톨레도 전 대통령은 18개월간의 예방적 구금 명령을 받고 수도 리마 외곽에 있는 바르바디요 교도소로 향했다. 이 교도소에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과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도 복역 중이라고 엘코메르시오는 설명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예산 유용과 선거법 위반 등 죄로 수감 중이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쿠데타와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톨레도 전 페루 대통령은 집권 기간인 2001∼2006년 당시 공공사업 계약을 따내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브라질 건설회사 오데브레시로부터 2000만 달러(약 266억원) 규모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페루 사법당국의 수사가 시작되자 2018년 외국으로 도피했고 이듬해 7월 미국에서 체포됐다. 법원에 항소하며 끝까지 범죄인 인도를 막으려 시도했지만 결국 이날 범죄인 신분으로 귀국했다.

톨레도 전 대통령의 범죄인 인도는 6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페루에서 전직 대통령의 범죄인 인도는 칠레에서 송환된 후지모리에 이어 2번째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