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미래 에너지로 꼽히는 수소 사업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무탄소 생산부터 운송·저장 기술 개발, 해외 필수 전력 수출까지 전방위로 밸류체인을 확대 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4일 “수소는 에너지원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료전지를 통해 다시 전기를 만들 수도 있어 ‘에너지 화폐’로 불린다”며 “주요 건설사들이 기존 에너지 관련 시설물 설계 경험 등의 역량을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동력인 ‘그린수소’ 사업에 투입 중”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청정수소를 만들어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청정수소를 대표하는 그린수소는 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수전해)으로 생산하는 수소를 가리킨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얻어내는 방식과 달리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대안 에너지로 거론된다.
현대건설은 전북 부안군 신재생에너지 연구단지에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2.5㎹(메가볼트) 규모 수소를 하루 1t 이상 생산·저장·운송할 수 있는 시설이다. 수소 생산・공급 체계를 청정수소로 전환하기 위한 국내 최대 상업용 청정수소 생산시설이다. 2025년 5월 말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일본 치요다화공건설과 업무협약을 맺고 그린수소 운송·저장 기술로 사업 범위를 확대했다. 치요다는 수소 운반·저장 신기술인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방식의 선두주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치요다의 ‘SPERA 수소’ 플랜트 건설에 참여하면서 관련 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SPERA 수소는 수소에 톨루엔이라는 화학물질을 첨가해 저장과 원거리 이동이 용이한 형태로 바꾸고 이송 후 수소를 다시 분리하는 방법이다.
GS건설은 지난해 초 미국 에너지기업 ‘SG H2 에너지’와 협력을 맺고 캘리포니아 랭케스터에 들어서는 그린수소 플랜트의 모듈 설계 및 제작에 참여했다.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수소 플랜트 모듈을 수출한 사례다. 이 시설은 연간 4만t의 폐종이를 원료로 중형 수소차 약 1700대 충전량인 하루 11t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GS건설은 이 사업을 시작으로 북미와 유럽, 아시아 전역에서 개발 중인 SG H2 수소 플랜트 사업에 참여한다는 구상이다.
SK에코플랜트와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 초소형모듈원전(MMR) 전문기업 USNC와 ‘핑크수소’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탄소배출 없는 수소 생산 모델’ 다각화를 시도 중이다. 핑크수소는 원자력발전을 이용해 생산한 청정수소다. 원전을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데 필요한 고온의 열을 일으킬 수 있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사업에 적용되는 MMR은 기존 경수로 기반 원전보다 높은 온도의 열을 일으키는 고온가스로 기반 4세대 원자로가 적용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MMR 설계·조달·시공(EPC)을 총괄한다.
핑크수소 생산에는 다른 방식에 비해 수소 생산 효율이 높은 수전해 장치인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가 사용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초 미국 블룸에너지, 블룸SK퓨얼셀과 함께 이 설비를 이용한 수소 시험생산에 성공했다. SOEC 기술 고도화를 위해 경남 창원 스마트그린산업단지에서 추가 실증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그린수소를 저장성이 높은 암모니아나 메탄올 등으로 전환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데이터센터, 병원, 냉동창고 등 전력 필수시설을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