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무개선 실적 꼴찌 난방공사… 이유 보니 ‘투자 실패’

입력 2023-04-24 06:01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연이은 투자 실패로 정부의 자산 효율화 조치에 응할 ‘기초체력’조차 거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에 출자한 7건의 사업 중 6건이 투자액 전액을 손실했거나 손실액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14개 재무위험 공기업 중 자산 효율화를 통한 재무 상황 개선 수준이 가장 낮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재정 건전성이 안 좋은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까지 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는 14개 재무위험 공기업 중 올해 1분기 자산 효율화 실적이 가장 저조한 기관이다. 자산 효율화란 부동산이나 출자 지분 등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는 일을 말한다. 지역난방공사는 해당 기간 동안 단 1건의 실적을 올렸다. 보유 중인 콘도회원권을 판매해 4000만원을 보전했다. 같은 기간 자산 효율화를 통해 3835억2000만원을 마련한 실적 1위 한국전력공사와 대비된다.

다른 13개 기관에 비해 지역난방공사가 유독 실적이 저조한 데는 이유가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가 출자한 금액은 반토막도 안 되는 수준에 머무른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 수원시 일대 지역난방공급을 위해 출자한 회사인 ‘휴세스’ 사례가 꼽힌다. 지역난방공사는 삼천리 계열사인 휴세스에 245억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이 출자액의 장부가액은 가장 최근 공시인 2021년 기준 ‘0원’이다. 현재 휴세스는 자본잠식 상태인 만큼 지난해나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사례가 2건이나 더 있다. 풍력발전업체인 윈드밀파워와 폐기물을 연료로 재가공하는 업체인 청정빛고을에 대한 출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2021년 기준 각각 6억7500만원, 40억9900만원을 출자했지만 장부가액은 둘 다 ‘0원’으로 공시돼 있다. 타기업에 대한 출자도 지역난방공사 자산을 깎아먹기는 매한가지다. 풍력발전업체인 신안그린에너지의 경우 41억7300만원을 출자했지만 현재 가치는 9억9900만원에 불과하다. 장부 상 흑자를 보고 있는 곳은 지역난방공사 외에 한국수력원자력과 포스코가 투자한 노을그린에너지 정도가 유일하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 발맞춤하기 위한 투자였다지만 손실이 지나치게 많다.

이런 상황은 에너지 수입 가격 고공행진과 함께 지역난방공사 부채비율을 높이는 데도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난방공사 부채비율은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해 반기 기준 295.75%를 기록했다. 자본잠식까지 갈 정도 상황은 아니지만 추세가 우려된다. 2020년 결산 기준 236.70%였던 부채비율은 2021년 결산 때 257.47%로 우상향했었다. 지난해 결산 기준 실적 상 부채비율이 300%를 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가 매년 6월 발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지역난방공사는 2020년 B, 2021년 A를 받았다. 경영실적보다 사회적 가치 등을 비중있게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조만간 발표 예정인 2022년 평가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올해부터 재정 건전성 등 경영 지표를 중시하는 것으로 평가 방침을 선회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무위험 공기업의 경우 출자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