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거래 문턱이 낮아지면서 10대 청소년이 마약범죄에 노출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됐다.
경찰청이 23일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2387명이었는데, 이 중 10대는 294명(2.4%)이었다. 2018년 검거된 마약사범 8107명 중 10대가 104명(1.3%)이었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이 1.5배 늘어난 것과 비교했을 때 10대 증가 폭은 더욱 가팔랐다.
마약중독으로 치료받는 10대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일 같은 당 조명희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중독 치료자는 721명이었다. 2018년 16명이었던 10대 환자는 지난해 26명으로 1.6배 늘었다. 10대 환자 수 증가 폭은 20~3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가장 컸다.
10대들이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해 마약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환경 탓이 크다.
실제로 지난달 어머니 신고로 필로폰 투약 사실이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여중생에게 같은 반 남학생 공범 2명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21일 A양(14)의 동급생 B·C군(14)을 추가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양은 텔레그램 메신저와 가상화폐를 이용해 필로폰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넷에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판매 경로를 안내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마약 가격이 과거보다 저렴해진 것도 청소년의 마약 접근을 자극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당정협의회에서 “마약 가격이 피자 한 판 값이라고 하는데, 펜타닐은 만원 대”라며 “마약 가격이 대단히 싸졌다.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바로미터”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5년마다 진행되는 마약류 중독 실태조사와는 별도로, 청소년 마약류 중독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경찰청도 지난달 ‘청소년 마약범죄 예방 교육자료 제작’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