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액 직접 조제했을 것”…故서세원, 개업준비 병원서 비극

입력 2023-04-22 12:43
21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사원에 마련된 고 서세원씨의 임시 빈소. 박현옥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 제공

방송인 겸 사업가 서세원(67)씨가 사망 직전 링거를 맞은 병원은 서씨가 운영하던 병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에는 의사가 없어 당시 면접을 보러 온 간호사가 주사를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현지 의료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서씨가 숨진 병원은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미래병원(미래폴리 클리닉)으로, 그가 투자한 한국인 병원이다. 캄보디아 훈센 총리의 여동생인 훈 시낫 여사 소유의 건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수년 전부터 운영되다 서씨가 최근 투자해 개원을 준비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사업자 등록을 냈지만 의사를 구하지 못해 개원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서씨 사망 당일에는 그와 한국인 병원 운영 이사가 직접 현지인 간호사 면접을 보기도 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미래병원(미래폴리 클리닉). 구글맵 캡처

이 관계자에 따르면 면접를 마친 서씨는 직접 링거액을 조제한 뒤 해당 간호사에게 정맥주사(IV Injection)를 놓으라고 지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맥주사는 약물을 직접 정맥 내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약효가 가장 신속하고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약효가 빠른 만큼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

서씨의 지인으로 한인회장을 지낸 박현옥 아시아한인총연합회 부회장은 “서세원과 (병원) 운영 이사가 그날 간호사 면접을 봤다고 한다”며 “이사는 치과에 일이 있어 나갔고, 서세원이 혼자 남아 링거를 맞았다. 서세원과 간호사만 남아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 있는 병원을 생각하면 안 된다. 아직 (병원)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 일반 오픈도 하지 않고 있었다”며 “병원장은 한국에 있고, 의사가 없어서 구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서씨 지인은 KBS 인터뷰에서 “수액을 맞다가 영양제를 넣은 것 같다. 제가 가서 보니까 오렌지색이었다. 간호사가 주사를 놔주고 환자를 지켜봐 줘야 했는데…”라고 말했다.

21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사원에 마련된 고 서세원씨의 임시 빈소. 박현옥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 제공

서씨는 링거를 맞기 전 병원에서 아침식사로 김치찌개를 끓여 먹었다고 한다. 박 부회장은 “고인이 저혈당이 심해 밥도 제대로 못 먹어서 앙상하게 말랐다”며 “병원에 주방이 있어서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사망 당일 김치찌개로 식사하셨다고 들었다. 간호사에게 사탕 1개도 달라고 해서 드셨다”고 부연했다.

캄보디아 외사국 경찰은 평소 당뇨병을 앓아온 서씨가 영양 주사액을 맞는 과정에서 돌연사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간호사에 대한 처벌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돈을 받고 의료행위를 한 게 아니라는 게 그 이유다.

일각에선 서씨의 죽음을 통해 캄보디아 거주 한인들이 열악한 의료환경에 놓여 있으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서씨가 신체에 이상을 느껴 링거를 맞았을 텐데 규모가 큰 병원으로 갔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현지 한국계 병원 10여곳 가운데 절반이 의사가 없이 운영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돈이 있는 사람이 병·의원을 열 수 있는 시스템인 데다 병원이 번듯한 전시장 역할을 하면서 투자자를 유치하는 곳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