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겠다고 내놓은 ‘연 1∼2%대 저리 대출’ 이용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금융 지원책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지원 대출은 지난 1월 9일 출시 이후 8건에 그쳤다. 대출 액수는 총 9억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피해자 3000명가량이 신청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예산 1660억원을 책정했지만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다. 이 대출은 피해자가 새 전세를 구해 이사 갈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저리 대출이다.
그러나 이 대출은 보증금 회수에 관심이 있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대책이다.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떼여 기존 전세대출조차 갚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무리 저리라고 해도 또 빚을 내는 게 피해자들에겐 부담이다. 새 전셋집을 얻을 때 이용할 수 있는 대출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다. 또 대항력 유지 등을 위해 이사를 원치 않는 피해자도 많다.
요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전세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경우 가구당 2억4000만원을 지원해주고, 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소득 요건도 뒤따른다.
정부는 기존 전셋집에 계속 거주해야 하는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기존 대출을 연 1∼2%의 낮은 금리로 바꿔주는 대환 대출이 오는 24일부터 가능해진다.
피해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에야 정부와 정치권은 피해자들의 요구 사항을 대거 받아들였다. 경매 유예와 우선매수권 부여를 추진하고, 경매 자금도 충분한 규모로 저리 대출해주기로 했다. 또 경기 동탄, 대전 서구, 부산 진구 등 곳곳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는 LH 매입임대주택제도를 활용해 3만5000호 규모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에도 나섰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