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세터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태국 국가대표 폰푼 게드파르드(30). 태국 국가대표팀 주장으로 뛰고 있는 그는 다음 시즌부터 IBK 유니폼을 입고 V리그 무대를 밟는다.
폰푼은 21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은 IBK 기업은행의 선택을 받았다.
아시아쿼터 드래프트는 아시아 대륙 선수만을 대상으로 팀당 1명씩을 뽑는 제도다. 실력 있는 아시아 선수를 비교적 적은 연봉으로 영입해 전력을 강화할 수 있어 프로축구와 프로농구에선 일찌감치 실시해왔다. 프로배구는 지난해 9월 2023-2024시즌부터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드래프트에는 총 23명의 선수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여자프로배구 7개 팀은 10개씩 구슬을 배분 받아 무작위 추첨을 통해 지명 순서를 정했다.
폰푼은 현재 태국 국가대표팀 주전 세터로 활약하고 있는 태국의 간판 스타다. 빠르면서도 낮은 토스가 그의 강점이다. 지난해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폰푼은 존재감을 한껏 과시하며 한국을 세트스코어 3대 0으로 완파했다. 그의 드래프트 지원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구단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이유다.
첫 순서의 기회를 얻은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망설임 없이 폰푼을 지명했다. 김 감독은 “팀이 추구하는 빠른 패턴의 공격에 적합한 선수다. 1순위로 데려올 수 있어 행운”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폰푼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1순위로 지명해준 점에 감사하다. 한국 배구로부터 정신력을 배우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뒤이어 다른 구단들도 선수들을 호명했다. 2순위 현대건설은 태국의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이 시통(24)을, 3순위 인삼공사는 인도네시아의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왓티 퍼티위를 뽑았다. 4순위 한국도로공사는 태국의 아포짓 스파이커 타나차 쑥솟(23)을, 5순위 페퍼저축은행은 필리핀·미국 이중국적자인 엠제이 필립스를(28) 선정했다. 6순위 GS칼텍스는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 아포짓 스파이커 메디 요쿠(24)를, 7순위 흥국생명은 일본의 아포짓 스파이커 레이나 토코쿠(24)를 선택했다.
이날 뽑힌 7명의 선수들 가운데 폰푼을 비롯해 태국 출신 선수들이 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 인도네시아 2명, 일본과 필리핀·미국 출신이 1명씩 포함됐다. 선수들의 연봉은 남녀부 모두 10만 달러(세금 포함)로 재계약 가능 횟수엔 제한이 없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