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앞둔 공무원 뇌사판정 후 5명에게 장기기증

입력 2023-04-21 11:06

30년 넘게 불우한 이웃들을 돌봐온 사회복지 공무원이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생을 마감했다. 전공의로 근무 중인 의사 아들이 교통사고 이후 뇌사판정을 받은 어머니의 간과 신장 등 장기를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이들에게 나눠주기로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전북대병원은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진 김제시 검산동 주민센터장 김원교(59·여)씨 가족들의 장기기증 의사에 따라 장기간 대기 중인 5명에게 이식수술을 각각 진행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평소 헌신적인 자세로 모범적인 공직생활을 해온 김씨는 정년퇴직을 코앞에 두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수차례의 응급처치에도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진 김씨를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은 ‘청천벽력’을 실감해야 했다.

하지만 김씨 가족들은 가족회의 끝에 30년 넘도록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 어려운 이웃을 열성적으로 돌봤던 김씨의 소신에 따라 필요한 이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기로 어렵사리 결심했다.

현재 전북대 정형외과 전공의로 근무하는 A씨 아들도 “어머니가 공직에서 퇴직하신 후 멋진 여생을 즐기시게 되기를 바랬지만 불행이 닥쳤다”며 “어머니의 평소 뜻에 따라 장기기증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씨의 간, 신장, 각막 등은 장기 이식을 대기 중인 환자 5명에게 저마다 기증돼 이식수술을 이미 했거나 예정하고 있다.

황홍필 전북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가족들이 힘든 결정을 해준만큼 장기를 이식받은 분들이 숭고한 뜻을 받들어 더욱 이웃과 어려움을 나누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