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10대 여학생이 서울 강남 한 고층빌딩에서 SNS 라이브를 켠 채 투신한 사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악의 조합이 전부 다 있는 진화된 n번방”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일 오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3년 전 n번방 때만 해도 마약이 이렇게까지 일반화되지 않았고 또 자살이 이렇게까지 방치가 되지 않았었는데 코로나를 지나면서 이 모든 것이 결합이 된 형태로 ‘우울증 갤러리’라는 곳에서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강남 빌딩에서 투신한 10대 여학생 A양은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하며 이곳에서 만난 남성 유저들과 교제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양은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계획을 사전공개하고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이 교수는 “투신 영상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착취물 영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이들이 마약을 한 흔적들이 존재한다”며 “자살을 조장하고 심지어는 강요하는 듯한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어서 단순히 성착취물을 사고파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10대가 우울증 등 기분장애를 호소할 곳이 없어서 온라인으로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고 상의하는 것인데 이를 악용한 갤러리들이 꽤 많은 걸로 알려진다”며 “우울증으로 시달리는 취약한 미성년자들을 착취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2차, 3차로 피해를 주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A양이 투신 전 촬영한 영상을 두고선 “일반적인 자살자의 태도로는 적합하지 않은 행동들이 보인다. 마치 기분이 굉장히 고양된 느낌들이 있다”며 “정서가 굉장히 불안정하고 또 한편으로는 불안만 호소하고 있는 게 아니라 굉장히 고양된 것처럼 웃음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A양과 함께 자살을 계획했다가 자리를 빠져나온 남성 B씨에 대한 약물 조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경찰은 B씨를 자살방조 혐의로 입건하겠다고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약물 조사를 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며 “일설에는 8명의 희생이 있다는 제보자들도 있기 때문에 경찰이 단순히 이 피해 여성에 대한 자살방조 혐의로 B라는 사람을 입건하고 끝나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미성년자들이 항우울제가 이름이 뭔지 어떻게 알겠나. 마약인 졸피뎀을 ‘이게 우울증약이다’ 하고서는 아이들한테 널리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이런 것들로 우울한 현실을 잠깐 잊어보고자 하는 취약성을 먹잇감 삼아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갤러리는 사실은 일정 기간 동안은 차단할 수밖에는 없을 걸로 보인다”며 “디시인사이드라는 포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투신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1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게시판의 일시 차단을 요청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