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 공인중개업소들이 부동산 거래절벽의 장기화로 잇따라 휴업·폐업하고 있다. 뚝 끊긴 아파트 등의 거래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간판을 내리고 아예 문을 닫는 곳이 급증하는 추세다.
21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 사이에 휴업 또는 폐업한 광주·전남 공인중개사는 376명(폐업 331, 휴업 45)에 달했다. 신규 개업자 271명보다 105명 많다.
1년 전인 2021년 9월~2022년 2월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지역 부동산 중개업계 불황은 두드러진다. 이 기간 휴·폐업한 공인중개사는 282명으로 비교적 적었지만, 신규 개업자는 391명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새로 문을 여는 공인중개사가 109명 더 많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에만 100여곳의 부동산 중개업소가 간판을 내렸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휴·폐업을 선택한 중개업소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광주의 경우 지난해 9월 개업과 휴·폐업이 각각 29건으로 동일했으나 10월에는 개업 23건에 휴·폐업 24건으로 역전됐다. 이후 11월 개업 28건 휴·폐업 39건으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역 내 아파트 거래건수가 크게 줄어든 데다 최근 스마트폰에 의한 부동산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광주지역 아파트 매매 건수는 2020년 5만5615건에서 2021년 3만7367건으로 무려 32.81%(1만8245건↓)나 줄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2만4141건으로 전년 대비 다시 35.39%(1만3226건↓) 급감했다.
전남 역시 같은 기간 4만9166건→3만4530건→2만9940으로 심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부동산 거래절벽이 공인중개사들의 줄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전문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부동산 거래는 점차 늘어나 공인중개업소는 설 땅을 잃는 추세다.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보호법이 세입자들을 위해 강화된 것도 공인중개사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따라 집 주인이 실제 거주를 위해 이사하지 않으면 전세계약을 최소 2년 연장할 수 있는 권리가 세입자들에게 부여되면서 2년에 한번 꼴인 전세계약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광주 북구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송정구(58)씨는 “1년 넘게 단 한건의 중개도 성사시키지 못해 ‘개점 휴업’ 상태”라며 “적금과 보험까지 해지했지만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뿌연 안개가 걷히지 않으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양쪽의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공인중개사들의 고충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광주지부 관계자는 “일명 빌라왕 전세 사기에 연루된 일부 회원들로 인해 공인중개사들이 도매로 욕을 먹고 있다”며 “월세도 빠듯한 업소가 많아 당분간 영업을 중단하거나 사무실 문을 닫는 회원들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