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세원, 생전 “새가정 행복”…서정희 “잘 살길 바랐다”

입력 2023-04-21 04:57 수정 2023-04-21 04:58
서세원(왼쪽 사진)과 서정희. 연합뉴스, 서정희 인스타그램 캡처

새 가정을 꾸려 캄보디아에서 지내던 방송인 서세원(67)이 20일 현지 병원에서 링거를 맞다가 심정지로 사망한 가운데 그의 전 아내인 방송인 서정희와 딸 서동주가 슬픔을 전했다.

이날 서세원의 사망이 공식 확인되기 전 서정희는 스타뉴스 등 언론에 “가짜뉴스였으면 좋겠다”며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서세원씨가 잘 살기를 매일 새벽 기도했다”며 “가짜뉴스라고 믿고 싶다”고 했다.

딸 서동주는 소속사를 통해 슬픔을 토로했다. 소속사 측은 “서동주가 서세원의 사망 소식을 듣고 큰 슬픔에 빠졌다”고 전했다.

서정희와 딸 서동주. 서정희 인스타그램 캡처

과거 서동주는 2020년 저서 ‘샌프란시스코 이방인’을 펴내면서 출연한 SBS ‘본격연예 한밤’에서 서세원에 대해 “어렸을 때는 좋은 기억이 많이 있었다”며 “안 좋은 사람, 좋은 사람 나누기보다는 아버지를 여러 면이 있는 사람으로 기억 속에 놔두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즈음 서정희는 다른 방송에 출연해 서세원의 재혼을 언급하며 “나중에 마주치면 ‘하이’ (인사)할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서동주는 “그렇다면 잘 된 것 같다. 엄마가 그 정도로 ‘쿨’할 줄은 몰랐다”며 웃기도 했다.

서동주는 당시 월간지 우먼센스 인터뷰에서도 “과거엔 아빠에 대한 미움이 컸다. 그런데 큰 상처도 결국 시간이 지나니 치유가 되더라. 잘 살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가정을 꾸렸으니 현재의 가족들에게 충실한 좋은 아빠가 되길 바란다”고 전한 바 있다.

과거 서세원과 서정희. 국민일보DB

서세원과 서정희는 1982년 결혼해 딸 서동주와 아들 서동천을 뒀다. 겉보기엔 화목해 보였으나, 가족을 향한 서세원의 폭언과 폭행이 빈번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14년에는 서세원이 서정희를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이 일로 서세원은 재판에 넘겨져 2015년 징역형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그해 8월 서정희와 협의 이혼했다.

서세원은 이혼 후 1년 만인 2016년 23세 연하의 해금 연주자 김모씨와 재혼해 딸을 낳았다. 김씨는 딸 서동주보다 불과 3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세원과 김씨 사이에서 얻은 딸은 현재 7세다. 이후 이들은 2019년 12월 캄보디아로 이주했고, 서세원은 현지에서 목회 활동을 비롯해 호텔, 카지노 등 부동산 사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희에 대한 서세원의 폭행 상황이 담긴 CCTV. MBC 보도화면 캡처

서세원은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새 아내와 어린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2020년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이혼 후 새 가정을 만난 건 운명이다. 더없이 행복하다”며 “무엇보다 환갑에 탄생한 딸 아이는 제 삶의 전부다. 가장 힘들고 고된 인생의 기로에서 저에게 빛을 안겨준 천사다. 다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모멘텀(동력)이 됐다”고 고백했다.

서세원은 또 “저는 방송인으로 살다 한순간 모든 걸 다 잃었지만, 이 아이를 만난 걸로 개인적으론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온갖 어려움을 견디며 캄보디아 사업을 따 낸 것도 알고 보면 어린 딸을 둔 아버지의 절실함으로 이해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혼과 재혼이 맞물리며 논란이 된 데 대해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공인으로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헤어짐을 피할 수 없듯이 새로운 만남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서세원. 뉴시스

외교당국에 따르면 서세원은 20일 오전 11시쯤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한인병원에서 링거를 맞던 중 쇼크사했다. 현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서세원이) 평소 당뇨병이 있었다”며 “가족이 시신을 한국으로 옮겨 장례를 치를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세원은 1980, 90년대 한국 코미디계의 정상급 스타였다. 1979년 TBC 라디오 개그 콘테스트를 거쳐 데뷔해 MBC ‘청춘행진곡’ ‘일요일 일요일 밤에’, KBS 2TV ‘서세원쇼’ 등을 진행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무명 개그맨 유재석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서세원쇼’에서였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영화 제작비 횡령, ‘서세원쇼’ 표절 의혹, 국외도피 및 해외도박 의혹 등에 잇따라 휘말렸다. 방송사 PD 등에게 홍보비 명목의 뒷돈을 건네고 조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2006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한 서세원은 목사로 변신해 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해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