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코드’로 불리는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 여부를 판가름할 최소한의 기준 법안이 국회에서 힘을 얻었다.
지난 17일 국회 기재위 소속 수석전문위원은 “통계청이 국내표준분류를 작성할 때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참고’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통계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검토보고서를 냈다.
현행 통계법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표준분류를 작성할 때 국제표준분류를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 WHO는 지난 2019년 5월 ‘6C51’라는 코드로 게임이용장애를 등재했는데, 현행법 대로라면 6C51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그대로 올라간다.
이를 막고자 지난 2월 27일 이상헌 의원은 통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제표준분류를 무조건 반영해야 하는 현행법의 구속력을 낮추고,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기재위 김일권 수석전문위원은 법안의 필요성을 비교적 강하게 인정했다. 김 위원은 “개정안이 국제표준분류의 문제점이 한국표준분류에 그대로 반영되는 문제를 방지하고 우리나라 상황을 보다 적절하게 반영하는 표준분류 작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게임이용장애를 직접 언급하며 “게임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할 경우 관련 규제와 낙인효과가 일으킬 악영향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는 법안에 정면 반발했다.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하지 않으면 국가 간 통계 비교가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 위원은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국가 간 통계 비교를 저해할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미국이 국제표준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분류 체계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의견수렴 절차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표준분류 작성에 반영되도록 도움이 될 것”이라 평가했다. 정부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과하게 반영돼 표준분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 위원은 “이해관계에 따른 표준분류 왜곡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해석했다.
이 의원은 “기존 통계법의 문제점이 이미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이번 기회에 정부의 표준분류 작성과 의견수렴 과정이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불과하진 않았는지, 이해관계자 간 논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부족한 부분은 없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진솔 인턴 기자 s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