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해코지당할까 겁나” 유동규 사실혼 배우자 증언 거부

입력 2023-04-20 18:30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사실혼 배우자 박모씨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며 트라우마가 생겼다. 유씨도 해코지당하지 않을까 불안하다”며 관련 증언을 거부했다.

박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김 전 부원장과 대면하지 않도록 차단막을 설치했지만, 박씨는 유씨와 관련된 내용 등에 대해 대부분 답변하지 않았다. 박씨는 2021년 9월 유씨 주거지 압수수색 전에 연락을 받고 그의 휴대전화를 파기해 버린 혐의(증거인멸)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쟁점이 된 건 유씨가 2021년 5~6월 사이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받았다고 증언한 ‘돈이 든 가방’(백팩)이었다. 이 가방의 목격자인 박씨는 지난해 10월 검찰청에 이 가방을 임의제출했다. 이날 검찰이 “유씨가 평소 백팩을 착용하지 않아 누구 건지 물어봤다고 했는데,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하냐”고 묻자 박씨는 “정 변호사 것이라고 했다”고 답했다.

다만 유씨가 이 가방을 가져올 때 현금이 담겨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유씨가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확인하는 것도 거부했다. 앞서 유씨는 검찰에서 “당시 가방을 가지고 들어가자 아내가 ‘그게 뭐냐’고 물었고 가방을 열어 박스를 보여줬다. 박씨가 ‘이 많은 게 다 돈이냐’고 묻자 ‘당신은 알면 안 돼. 선거하는 데 다 줄 거야’라고 대답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증언을 거부하면 유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씨는 “이 사건 관련해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며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저도 병이 생겨서 운전하면서 누가 뒤에 따라오지는 않는지, 이런 생각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증언하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두렵고 무섭다”고 토로했다.

증인신문을 마친 뒤 재판부는 “증인이 유씨와 함께 거주한 기간을 고려해 친족 관계에 준한다고 보고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게 했다”며 “증인의 진술 태도와 취지를 토대로 신빙성 판단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