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한일관계.
그러나 한일 관객들이 서로의 콘텐츠에 호감을 보이는 것은 필연적이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한국 드라마는 양국 정서를 보듬고 이해하는 징검다리다.
영화를 좋아해 2년간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한 신장현씨. 일본 특유 감성이 담긴 영상미는 그가 평소 일본 애니메이션을 챙겨보는 이유다. 지난 3월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 역시 관람했다. 사실적인 재난 묘사와 서정적인 수록곡은 신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이웃 일본의 재난에 함께 가슴 아파한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한국 드라마 ‘더 글로리’. 방영 초기부터 현재까지 일본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1·2위를 기록했다. 한국식 시즌제 드라마는 일본인들을 안달나게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한국인
“다녀오겠습니다”
스즈메가 극 중 배경이 바뀔 때마다 반복하는 대사다. 기본 인사말이지만 누군가에겐 돌아오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담긴 메시지라면 어떨까. 일본인 남성 린타로 카나이로씨는 “주변 사람들이 언제든 재해로 죽을 수 있다. 초등학생 때 친구는 대지진으로 부모님을 여의었다”며 일상 속 재난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쳤다. 재난경보음은 일본인들에게 달갑지 않은 존재다. 마치 출근 전 기상을 알리는 아침 알람 소리 같다. 과거 재해 발생 지역으로 설정된 극 중 배경은 국내 관객들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소셜미디어에 ‘동일본 대지진’ 관련 콘텐츠 조회 수가 급증한다. 리뷰 영상엔 재난 속에서 살아가는 일본인들을 위로하는 댓글이 달린다.
극 중 삽입된 수록곡은 몽환적 멜로디로 판타지 분위기를 부각한다. OST의 대가로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그는 관객 몰입도를 위해 엔딩곡을 제외한 모든 수록곡을 노랫말이 없는 BGM을 사용했다. 세심한 전략 덕에 인기 수록곡은 소셜미디어로 확산된다. 인스타그램 숏폼(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 릴스가 대표적 예다. 대표곡 ‘스즈메’는 국내에서 10만 개 이상의 영상 배경음으로 사용됐다. 수록곡을 부른 가수 래드윔프스(RAD WIMPS)는 오는 7월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한국은 아시아 투어 일정 중 첫 번째 방문국이다. 전 좌석은 매진됐다. 영화는 끝났지만 관객들은 영화를 기억하고 찾는다.
일본에선 한국 드라마 열풍
일본인들은 한국식 드라마 전개에 매료됐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일본인 가토 씨는 “이야기가 중간에 멈추고 2부에서 뒷이야기가 이어지는 드라마 형식은 일본에 없어 흥미롭다.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시즌 사이 공백은 시청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한다. 새 시즌에선 전반부에 뿌린 복선을 회수한다. 사람들은 공개된 회차를 값지게 여긴다. 학수고대한 만큼 드라마를 음미한다.
조규헌 상명대 한일문화콘텐츠전공 교수는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더 많은 일본 시청자가 한국 드라마로 유입될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OTT 서비스 보편화가 일본인 시청률 급증에 보탠 셈이다.
중요한 건 모두를 울리는 힘
재난은 일본에 국한되지 않는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나 대구 지하철 참사는 한국 시민들에겐 잊지 못할 국가 재난이다. 누구나 부당함에 맞선 정의를 꿈꾼다. 문동은의 통쾌한 복수를 반기지 않을 사람은 없다. 스즈메와 문동은이 주는 공감과 희열은 대외관계를 떠나 모두에게 희로애락을 준 콘텐츠임을 입증한다.
투게더는 To gather와 Together를 일컫는 말입니다. 세상의 다르지만 비슷한 정보들을 함께 모아 소개하겠습니다.
고해람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