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운전면허 학과(필기) 시험에서 수험자에게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의 번역본을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20일 “경찰청장과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에게 운전면허 학과 시험 제공언어에 아랍어를 포함하고, 국내 체류 외국인의 인권 보호와 증진 차원에서 다양한 언어로 학과 시험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 외국인 인권옹호단체는 예멘 출신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 7명을 대신해 운전면허 학과 시험에 아랍어 번역본이 제공되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아랍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국제면허증을 가지고 한국에 입국했으나, 1년 넘게 국내에 체류하면서 국제면허증을 더는 쓸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국내에서 치르는 운전면허 시험을 보려 했지만, 학과시험에 아랍어 번역본이 제공되지 않아 응시하지 못했다. 이렇듯 운전면허 시험에 아랍어 번역본이 제공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도로교통공단 측은 아랍어 번역본은 수요 등의 이유로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통공단은 “외국어판 제공은 법령상 의무가 아닌 민원 편의로 현재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를 제공하고 있다”며 “국가 간 상호주의, 해당 외국어에 대한 수요와 비용, 안전한 도로·교통환경 구축 등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아랍어 (번역본)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청 역시 예산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학과 시험에 아랍어 등 외국어를 추가하려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인권위는 조사 후 아랍어 번역본이 제공되지 않은 것을 인권침해로 보긴 어렵다고 결론을 내고 이번 진정 사건을 기각했다.
그러면서 난민 인정자와 인도적 체류자의 사정을 고려한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들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외국운전면허 진위 확인제도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도록 하되, 먼저 운전면허 학과시험에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