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에 이어 출산율이 두 번째로 낮은 이탈리아가 자녀를 둘 낳으면 세금을 면제하는 저출산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일간 일 폴리오는 19일(현지시간) 지안카를로 지오르게티 경제재정부 장관이 ‘자녀가 있는 사람에게는 세금이 없다’는 슬로건으로 자녀 둘 이상을 낳은 가정에 세금을 면제하는 정책을 공식적으로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4명 이상의 자녀를 낳은 경우 평생 소득세를 면제하는 헝가리에 선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내각과 의회에서는 지오르게티 장관의 구상을 옹호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마시모 비톤치 ‘비즈니스 및 메이드 인 이탈리아’ 담당 차관은 “지오르게티 장관의 아이디어는 획기적”이라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부양 자녀가 한 명 이상인 가정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극우 정당 ‘동맹(Lega)’ 소속인 마시모 가라바글리아 하원 의원도 “더 많은 아이를 갖는 사람에게 세금을 줄이는 것은 출산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지오르게티 장관의 제안은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모든 세금을 면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어떻게 세금을 감면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통계청은(ISTAT) 지난해 신생아 수가 39만2600명으로 집계돼 지난 1861년 통일 국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40만명 미만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 이탈리아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이다.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부양해야 할 인구는 많아지지만 일하는 인구는 점점 줄고 있다”며 “정부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결연한 각오로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