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마약 전과에도 필로폰·대마에 손을 대고, 특수상해 범죄 사실까지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대법원이 마약 범죄 추징금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원심에서 필로폰 매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만큼 총 추징 금액을 그대로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년 6개월, 추징금 27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 중 추징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8~2020년 필로폰을 매매·투약하고, 대마를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02년부터 마약 관련 범행으로 3차례 징역형을 받은 상습범이었다. 2013년 12월 서울 관악구 노상에서 “왜 내 친구에게 자꾸 마약을 주느냐. 너 나 죽인다고 했는데 죽여봐라”고 따지는 B씨와 말다툼 중 흉기로 찔러 상해를 입혔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특수상해 혐의도 더해 재판을 받았다.
1심은 A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와 특수상해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7년, 추징금 2700만원을 선고했다. 압수한 마약도 모두 몰수했다.
하지만 2심은 A씨가 2018년 11월 약 50g의 필로폰을 사들인 혐의는 무죄로 보고 형량을 징역 6년 6개월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필로폰 거래 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전혀 없다”며 “제보자 C씨가 다른 사건에서 홧김에 여러 사람을 거짓으로 제보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적 있는 등 C씨 진술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다만 추징금 2700만원 판결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2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까지 추징금에 반영한 것은 문제라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필로폰 매수에 쓰인 금액은 550만원”이라며 “결국 원심은 범죄사실로 인정되지 않은 부분의 필로폰 가액에 대해서까지 추징을 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추징 관련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을 명했다. 필로폰 매매와 투약, 특수상해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한 A씨 상고는 기각해 원심이 확정됐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