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한국은 러시아 침략에 맞선 든든한 파트너”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3억2500만 달러(약 4319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안보 지원 패키지를 발표하면서도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번 지원에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용 탄약과 한국이 미국에 대여 형식으로 제공하기로 한 155㎜ 등이 포함됐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윤 대통령 언급에 대한 입장을 묻는 국민일보 질의에 “한국은 본격적인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을 수호한 든든한 파트너였다”며 “우리는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해 취한 경제적 조치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에너지망 복구 지원, 다자 결의안 지지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윤 대통령 발언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한국 대통령실에 문의하라”면서도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과 관련해 동맹국과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대신 그간의 지원을 평가하고 협조를 강조한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관련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계속되는 침략 전쟁에 맞서 파트너들과 계속 함께할 것”이라며 “이번 지원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잔인하고 부당한 전쟁에 스스로 계속 방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도 “미국은 전장의 즉각적인 요구사항과 장기적 안보 지원 요구사항을 충족할 능력을 우크라이나에 주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무부와 국방부의 이번 발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36번째 대통령 권한 사용”이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동맹국 및 파트너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원 품목에는 하이마스용 추가 탄약과 155㎜·105㎜ 포탄, 광학추적 및 토우 대전차 미사일, AT-4 대전차 무기 시스템, 대전차 지뢰, 장애물 제거 폭탄, 900만 발 이상의 소형화기 탄약이 포함됐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 155㎜ 포탄 10만 발을 수출했고, 최근에는 추가로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탄약 비축 물량을 보유하고 있고 탄약 생산능력도 엄청나다”며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필요한 단 한 가지가 있다면 탄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대러 제재에 동참했고, 미국과 폴란드에 탄약과 무기를 판매했다”며 “러시아는 한국을 이미 교전국으로 간주한다. 러시아의 분노와 적대감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그러면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는 방식이 정책과 충돌한다면 나토 회원국 무기 재고를 방식으로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무기 지원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한국과 대화에 관심이 없다”며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런 김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로이터 인터뷰에 대해 “한국 정책에 전환이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너무 이르다”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남북이 직간접적으로 각 전쟁 당사자를 지원하고 러시아와 북한이 협력을 강화하면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빠져나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무기 제조국가 중 하나”라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증하는 국제적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