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1300억달러 예산 삭감”… 바이든 “정신 나간”

입력 2023-04-20 07:51 수정 2023-04-20 08:03

미국 공화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채 한도 상향 조건으로 내년 연방정부 예산을 1300억 달러(약 170조 원)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신 나간 생각”이라며 일축해 여야 대치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내년 3월 31일까지 연장하거나, 1조5000억 달러 상향하는 내용의 2024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공화당 표 예산안에는 내년 연방정부 예산을 1300억 달러 줄이는 등 향후 10년간 4조5000억 달러 감축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연방정부 예산 규모를 2022 회계연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또 연방 기관의 예산 증가를 향후 10년간 연 1%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았다.

매카시 의장은 예산안을 공개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당파적인 정치 게임을 중단하고 테이블에 앉거나, 협상을 거부하며 갈팡질팡하다 역사상 첫 채무 불이행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예산안의 세부 삭감 내용은 상·하원 세출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러나 “공화당이 의료, 과학, 교육, 기후, 에너지, 노동, 연구 예산을 삭감하고 국방 및 참전용사 관련 예산은 그대로 둘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더힐은 “공화당은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등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정책 이행을 막을 계획”이라며 “민주당이 지난해 처리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등 세액 공제도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화당은 미국 국세청(IRS)의 세무조사 예산 800억 달러 일부도 삭감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메릴랜드주에서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하며 “매카시 의장이 정치적인 동기로 경제를 인질로 잡고 있다”며 “정신 나간 생각(wacko notions)”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부채 한도(31조 달러)를 모두 소진했다. WP는 “현재 재무부가 특별 조치로 시간을 벌고 있지만, 이르면 6월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