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친줄 몰랐다”는 음주 뺑소니…CCTV 찍힌 거짓말

입력 2023-04-20 07:25 수정 2023-04-20 09:45
지난 17일 울산 남구 삼산로 현대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 보행자를 치고 달아난 20대(왼쪽 사진)가 잠시 뒤 반대편 차선에 나타난 모습. MBC 보도화면 캡처

출근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치어 중태에 빠지게 한 뒤 도주한 20대 음주 운전자가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친 줄 몰랐다”고 발뺌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났다. 뺑소니 직후 사고 현장에 돌아왔다가 상황을 살핀 뒤 다시 달아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된 것이다.

19일 언론에 공개된 사고 현장 CCTV에 따르면 지난 17일 울산 남구 삼산로 현대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 보행자를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난 남성 A씨(24)는 3분 뒤쯤 사고 현장 반대편 도로에 나타났다.

A씨가 몰던 차량은 사고 현장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건너편 좌회전 차로에 멈춰 섰다. 이어 신호를 기다리는 1분여 동안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초동조치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현장을 떠났다.

뺑소니 사고를 낸 20대 운전자가 반대편 차선에서 신호 대기를 하며 사고 현장을 지켜보는 모습. MBC 보도화면 캡처

사고 두 시간 반 만에 현장에서 5㎞ 정도 떨어진 부모 집에서 붙잡힌 A씨는 “(술에 취해) 사람을 친 줄 몰랐다”며 뺑소니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CCTV를 통해 A씨의 진술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A씨는 ‘피해자에게 할 말 없나’ ‘현장 다시 돌아왔던데 왜 구호조치를 안 했나’ 등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했다.

더욱이 A씨는 무보험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중고차를 사면서 한 달짜리 보험에 가입했는데 기간이 끝나자 보험 없이 차를 몰다 사고를 낸 것이다.

뺑소니 사고를 낸 20대 운전자. MBC 보도화면 캡처

이제 막 어린이집 교사가 된 피해 여성은 아직 의식 불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데, 가해 차량이 무보험이라 병원비조차 피해자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피해자 가족은 “다 필요 없고 그냥 눈만 뜨면 된다. 돈도 다 필요 없다. 눈만 뜨고 살아만 있어도 된다”고 MBC에 토로했다.

법원은 주거지가 불분명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날 발부했다. 체포 당시 A씨는 사고 발생 2시간여가 지났음에도 혈중알코올농도는 0.131%로 면허 취소 기준(0.08%)을 훌쩍 넘긴 수치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