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풀린 바지, 골반에…‘돌려차기’ 피해자 옷, DNA 재검

입력 2023-04-20 05:52 수정 2023-04-20 09:44
지난해 발생한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당시 CCTV 영상. 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캡처

이른바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살인미수’ 사건과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가 성범죄 여부를 밝히기 위해 피해 여성이 입고 있던 의복과 속옷 등에 대한 DNA 재감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부산고법 형사2-1부(부장판사 최환)는 19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경호업체 직원 출신 30대 A씨에 대한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을 열고 사건 당시 피해 여성 B씨를 최초 목격한 오피스텔 입주민 C씨와 현장 출동 경찰관, B씨의 언니에 대한 비공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B씨 측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C씨는 B씨를 발견했을 때 B씨의 상의가 갈비뼈 정도까지 올라가 있었고, 바지와 밑단이 각각 골반과 발목을 넘어서까지 내려가 있었으며, 바지 단추도 풀려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C씨는 성범죄 등 다른 범행 동기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기재된 범행 동기는 특별한 이유 없이 피해자를 폭행했다는 것인데 오늘 출석한 증인의 증언에 따르면 범행 동기에 또 다른 동기가 있을 수 있겠다는 의심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발생한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당시 CCTV 영상. JTBC '사건반장' 캡처

이어 “공소 제기된 범행에 진정한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은 형사법원의 권한이자 책무다. 살인죄에서 범행의 동기는 매우 중요한 양형 요소”라며 B씨가 입고 있던 바지, 속옷 등에 대한 DNA 재감정을 실시해 달라는 검찰의 신청을 채택했다.

재판부는 “수사 단계에서나 1심에서 좀 더 적극적인 수사나 증거 신청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항소심 재판부의 심판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 재판부의 고충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사건은 지난해 5월 22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발생했다. 당시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한 피해자 B씨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뒤쫓아온 A씨에게 돌려차기로 후두부를 맞고 쓰러져 외상성 두개내출혈과 오른쪽 발목 마비 등 상해를 입었다. B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해리성 기억상실장애’로 사건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당시 CCTV 영상. JTBC '사건반장' 캡처

사건 당시 A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B씨를 둘러업고 CCTV 반경에 없는 1층 복도 사각지대로 옮긴 뒤 7분이 지나서야 오피스텔 입구 밖으로 나갔는데, 피해자 측은 여러 정황상 CCTV 사각지대에서 성폭행 등의 성범죄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고, A씨와 검찰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피해자 측이 지난 13일부터 공개모집한 엄벌 요구 탄원서는 5만3000여장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추후 엄벌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