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등고래도 ‘때 빼고 광 낸다’…바닷속 인기 목욕탕 어디?

입력 2023-04-20 00:01 수정 2023-04-20 00:01
미국 알래스카 채텀 해협 지역에서 혹등고래가 수면 위로 힘차게 점프하고 있다. 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혹등고래가 마치 사람이 목욕탕에 가듯이 바닷속 특정한 장소에 모여 몸을 씻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가 소개한 호주 그리피스대학 연구진은 혹등고래가 바위 등을 이용해 묵은 때를 벗겨내는 모습이 관찰 카메라에 잡혔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지난달 12일 국제 해양과학 및 공학 저널(JMSE)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호주 골드코스트 해안에 서식하는 혹등고래 5마리에게 각각 비디오가 장착된 센서를 부착한 뒤 바닷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혹등고래 두 마리가 바닷속 모랫바닥을 뒹굴면서 묵은 때를 벗겨내고 있다. JMSE 연구논문 캡처

비디오에 포착된 고래들은 바닷가에서 약 10㎞ 떨어진 수심 40∼50m 지점에 옹기종기 모여 모랫바닥을 뒹굴거나 바위에 몸을 비비며 ‘때’를 밀었다.

고래들은 한 번에 최소 1번에서 최대 8번까지 모랫바닥을 구르면서 매번 비슷한 위치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피스대 소속 올라프 마이네케 박사는 “고래들이 등을 완전히 바닥에 대거나 옆으로 엎드리면서 기이한 구르기를 하고 있었다”면서 “이후 고래의 피부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혹등고래 주위로 물고기가 다가와 탈각한 고래의 피부를 먹고 있다. JMSE 연구논문 캡처

목욕을 마친 고래 주변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 고래의 탈각한 피부를 먹었다.

고래들이 자주 모이는 특정 해저 부근에는 모래와 거친 돌이 섞여 있어 묵은 피부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것으로 보였다고 마이네케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피부가 너무 오래 붙어 있으면 고래 등에서 따개비가 자라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피부를 벗겨내는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진은 혹등고래 외에도 수염고래와 벨루가도 바닷속 자갈 등에 몸을 문질러 피부를 긁어낸다고 전했다.

마이네케 박사는 혹등고래가 목욕을 통해 동료 고래들과 사교 활동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고래들과 함께 수영하고 뒹굴면서 묵은 피부를 벗겨내는 일을 즐거운 여가 활동으로 인식한다는 설명이다.

마이네케 박사는 “고래 2마리가 몇 시간 동안 함께 헤엄치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고 함께 바닥을 구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