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용병 “5살 여자아이에 총쐈다”…민간인 학살 고백

입력 2023-04-20 00:03 수정 2023-04-20 00:03
러시아군 포격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의 주민이 12일(현지시간) 아파트 뜰에 묻혀있다. 최근 바흐무트 중심부를 장악한 러시아군은 이 지역을 완전히 점령하려고 공습과 포격을 총동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와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격전지에서 어린이 40명을 포함해 민간인 수백명을 사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부상당한 우크라이나군 포로 수십명에게도 수류탄을 던져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와그너 용병인 아자마트 울다로프와 알렉세이 사비체프가 러시아 인권 단체 ‘굴라구넷(Gulagu.net)’과의 영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폭로했다고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용병단 와그너그룹의 전 분대장으로 알려진 아자마트 울다로프(왼쪽)와 알렉세이 사비체프의 모습. 굴라구넷 유튜브 캡쳐

울다로프는 전날 공개된 1시간17분 분량의 영상에서 동료 용병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9층 건물 지하에 피신해 있던 300∼400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털어놓았다.

울다로프가 학살한 사람 중에는 어린이 40명가량도 포함됐다. 그는 “대여섯살쯤 된 여자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그 아이에게 총을 쏴 죽였다”며 “누구도 밖으로 내보내선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인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이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DB

해당 영상에선 수십명의 포로를 향해 수류탄을 던져 살해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사비체프는 지난 1월 다른 용병들과 함께 바흐무트 인근 참호에 수용돼 있던 60명가량의 우크라이나군 부상 포로와 탈영을 시도한 러시아군 용병들에게 수류탄을 던져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류탄 폭발에도 죽지 않은 이들은 불에 태워 죽였다고 말했다.

사비체프는 “만약 명령을 어겼다면 내가 살해당했을 것”이라며 “나는 그냥 당신처럼 살고 싶었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또 사비체프는 가디언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솔레다르에서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군 20명을 사살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사비체프는 “우리는 그들에게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며 “이건 전쟁이었고, 나는 내가 한 일의 어떤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직접적인 증언을 통해 와그너 용병대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잔혹한 실상이 자세히 알려진 건 이례적이다. 이번 영상이 공개된 후 두 사람은 여러 곳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로부터 학살 명령을 내린 당사자로 지목된 프리고진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와그너 용병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특히 어린이들을 죽인 일이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와그너그룹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교도소를 돌며 용병을 모았다. 대부분은 ‘살인 병기’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