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록 조건부이지만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러시아의 강한 반발은 우려스런 대목이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대량 학살 등 전제조건들을 달지 않았느냐”면서 “정부 입장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살상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방탄 헬멧, 전투식량, 의약품 등을 지원해왔다.
우크라이나가 현재 가장 원하는 군 장비는 탄약과 중장갑차로 알려졌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달 27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주최한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 특별 세미나’ 연설에서 “우리는 반격 작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중단 없이 적시에 중장갑차, 포병,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표준의 탄약 및 장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포로마넨코 대사가 언급한 나토 표준 탄약은 155㎜ 포탄이다. 현재 한국 방산업체는 미국 국방부와 155㎜ 포탄의 수출과 관련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우선 탄약 지원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중장갑차 등 중장비 지원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한국이 미국에 탄약을 수출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면 안 된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제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해도 좋다’고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연구위원은 이어 “일부 소총 정도를 직접 또는 우회 지원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겠지만, 러시아의 반발을 감안할 경우 전차 단계까지 쉽게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무기 지원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에 대해서는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압박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지 않는 한국을 압박하는 강도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러시아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 “한국의 러시아 수출이 많기 때문에 한국산 수출을 막는 식의 경제 보복이 있을 수 있다”면서 “북한과의 군사적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러시아가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양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민간인 학살이 거짓’이라고 반발할 것”이라며 “다만 러시아가 상징적인 제재를 가할 순 있겠지만, 완전히 단절하는 조치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대응에 대해 “강력한 핵 공격 대응 측면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이상의 강력한 대응이 준비돼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 “북핵 위협에 한·일 다 공히 노출돼 있기 때문에 한·미·일 3자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다만 “동시에 3자가 진행하기에는 지금 한·미 간에 진도가 많이 나갔기 때문에 먼저 한·미 간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또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데 대해 “결국은 이것은(중국·대만 긴장 고조)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김영선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