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 사과한 지 이틀 만에 당내에서 해당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공격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의혹의 ‘키맨’인 송영길 전 대표가 조기귀국 요청에 응하지 않아 당이 마땅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반격을 시도한 것이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녹취록이 연이어 공개되는 것은 수사 기밀이 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수사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최고위원은 “(돈봉투는)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면서도 “50만원은 사실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다. 국회의원이 300만원 때문에 당대표 후보 지지를 바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 기밀 유출을 의심하면서 살포됐다는 돈봉투 금액이 많지 않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번 의혹의 출발점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향한 의심도 터져 나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CBS라디오에서 “왜 정치인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그렇게 다 녹취하고 있는 건지, 이씨가 왜 녹취를 이렇게 했을까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검찰이 이씨와 플리바게닝(형량 거래)을 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녹취록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당대표가 바짝 엎드린 게 불과 이틀 전인데, 라디오에 나와 이런 말을 하면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이 뭐가 되겠냐”면서 “총선이 다 망할 판인데 뭐하는 짓이냐”고 비난했다.
당내에선 송 전 대표의 조기귀국을 촉구하는 성명이 쏟아졌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는 송 전 대표를 향해 “조기귀국해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도 “국민들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모든 노력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명계에선 송 전 대표가 즉시 귀국하지 않으면 우선 출당 조치라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 전 대표는 이날 파리에서 특파원들과 만났지만 의혹에 대해선 일절 발언하지 않고 “토요일(22일)에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만 밝혔다.
이날 양부남 민주당 법률위원장이 100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광주 빌라왕’을 변호했던 사실이 드러나 당은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시기가 공교롭기도 하고, 지금 상황에서 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박장군 신용일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