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대학교수가 자신이 논문 심사를 맡은 외국인 유학생에게 성희롱성 문자를 보냈다가 해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9일 해당 대학과 판결문 등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논문 심사위원을 맡아 박사 논문을 제출한 중국인 유학생 B씨에게 성희롱성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자신을 황제로, B씨를 궁녀로 부르면서 “수청을 들어라” “총명하고 예쁜 궁녀 보고 싶구나” “캄캄한 밤에 달빛 아래서 만나면 되겠구나” “키스를 받고 자거라”는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에 미성년 자녀를 둔 B씨는 A씨를 계속 피했다. 그러자 A씨는 “너의 수청을 받지 못해 기분이 별로다. 이제 최종심사에서 결정만 내릴 것이다. 궁녀의 할복자살을 위하여” 등 논문심사 탈락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B씨가 대학 인권센터에 피해를 신고하자 학교 측은 진상조사에 돌입했다. 조사과정에서 A씨는 성희롱 외에도 B씨에게 안부 문자를 강요했고, 학생들과 두 차례 식사에서 약 29만원의 식대를 내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대학 측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같은 해 10월 논문심사위원 자격을 박탈당하고 교수직에서 해임됐다.
B씨는 그해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고국으로 돌아갔다.
해임된 A씨는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를 거쳤으나 구제받지 못했다. 이어 대구지법에 해임처분무효확인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2월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박사 논문 심사 과정에서 A씨의 발언 내용과 대학 인권센터에 제시한 B씨의 신고내용 등을 종합했을 때 B씨는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B씨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A씨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