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는 송영길, 녹취에 또…“영길이 형이 많이 처리”

입력 2023-04-19 06:03 수정 2023-04-19 09:55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6월 1일 서울 중구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불법자금 문제를 인지했을 뿐만 아니라 돈봉투 전달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담긴 녹취와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 모르는 일”이라는 송 전 대표의 해명과 배치되는 증거가 연일 나오고 있는 것이다.

JTBC가 18일 공개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의 통화 녹취파일에 따르면 전당대회를 20여일 앞둔 2021년 4월 10일 통화에서 강 감사는 이 전 부총장에게 “성만이 형이 좀 연결해줘서 그거 좀 나눠줬다, 그렇게 얘기를 했어 내가. 영길이 형한테”라고 말했다. 앞서 이성만 의원이 전달해준 돈봉투를 캠프 지역 본부장들에게 나눠준 사실을 송 전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보고를 받은 송 전 대표가 강 감사에게 격려도 했다고 한다. 강 감사는 “내가 ‘성만이 형이 준비해준 거 가지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송 전 대표가) ‘아유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라고 언급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돈봉투 의혹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 JTBC 보도화면 캡처

이 전 부총장이 돈봉투를 더 돌리지 않아도 되겠냐고 묻자 강 감사는 송 전 대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강 감사는 “영길이 형한테 물어보고. 아직도 (전당대회까지) 20일 정도가 남아 있는 거 아니에요. 그니까 뭐 막판에 스피치 낼 때 한 번씩 더 해가지고”라고 얘기했다.

송 전 대표가 돈봉투를 직접 나눠줬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온다. 강 감사는 “(선거를 돕는) 누구 얘기를 하길래 ‘참 열심히 하네요’ 그랬더니만 영길이 형이 그러더라고. ‘그래서 안 그래도 내가 조금 처리해 줬어. 더 열심히 하라고.’ 영길이 형이 뭐 어디서 구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내용은 모르고,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라고 말했다. 이에 이 전 부총장은 “아 그래? 송영길 의원이?”라고 되물었고, 강 감사가 “응”이라고 답하자 다시 “어 잘했네”라고 화답했다.

이 전 부총장은 송 전 대표에게 돈을 받은 사람 명단을 공유해야 하지 않겠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전 부총장이 “근데 그걸 누구를 얼마를 줬냐 이런 것까진 몰라도 되겠지만 누구는 좀 했다 정도는 알아야 우리가 그래야 되지 않나?”라고 묻자, 강 감사는 “모르는 게 가장 좋은 거고 우리는 우리대로 그냥 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녹취록을 확인한 검찰은 이 같은 대화들이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를 알고 있었고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별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이 전 부총장도 검찰 조사에서 해당 통화 내용 사실에 대해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돈봉투 의혹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 JTBC 보도화면 캡처

앞서 공개된 녹취록에서는 이 전 부총장이 강 감사에게 “송(영길)이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나에게) 묻더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서도 이 전 부총장은 송 전 대표와 이런 내용의 통화를 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는 진술을 검찰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돈봉투 전달 방법에 대해 “송 전 대표가 있을 때 같이 얘기했다”고 언급한 부분도 녹취에 있었다.

송 전 대표를 당장 직접 조사해야 하는 시점은 아니라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지만, 송영길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돈봉투 살포 과정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송 전 대표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 전 대표는 사건이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 일탈일 뿐, 자신은 잘 모르는 내용이라며 연루 의혹에 거듭 선을 긋고 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그는 당의 요청에도 귀국 시점에 대해서 즉답하지 않고 있다. 한편 송 전 대표는 오는 22일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돈봉투 의혹에 대해 직접 언급할 예정이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왼쪽)과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JTBC 보도화면 캡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이날 녹취록의 출처인 이 전 부총장을 구치소에서 불러 돈봉투 전달 경위 등을 확인했다. 민주당 돈봉투 살포 의혹 수사는 이 전 부총장 개인 비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그가 정치인 등과 통화한 녹음 파일 3만여개가 나오면서 촉발된 것이다.

검찰은 또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경기도 대의원 관리 등 조직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전 지역위원장 강모(66)씨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강씨는 ‘전국대의원 및 권리당원 등을 포섭하는 데 사용하자’는 강 감사 지시에 따라 2021년 4월 10일 현금 500만원을 마련해 이 전 부총장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만간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