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열심히 아낄 수 있다”…‘짠물 소비’는 계속된다

입력 2023-04-19 06:03 수정 2023-04-19 06:03
고객들이 편의점 CU에서 '백종원 제육 한판' 도시락을 구매하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인턴 생활을 시작한 박모(27)씨는 저녁을 배달 대신 편의점 도시락으로 저렴하게 해결한다. 박씨는 “4500원짜리 도시락에 20% 쿠폰을 적용하면 3600원인데 통신사 할인까지 받아 3300원에 구매했다. 월급이 250만원도 안 돼 일상 지출을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저성장 시대에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지출을 줄이는 ‘짠물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습관처럼 실천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특히 매일 소비하는 식음료를 중심으로 가성비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짠물 소비 추세는 카드승인실적에서 확인된다. 여신금융협회가 이달 발표한 ‘2월 카드승인실적’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카드승인금액(카드 승인금액을 승인 건수로 나눈 금액)이 4만3857만원으로 전년 동월(4만4828원) 대비 2.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번 결제한 금액 수준이 1년 전보다 줄어든 것이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모두 평균승인액이 감소했다. 개인도 3만8553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0.8% 줄었다. 모든 항목에서 평균승인금액이 1년 전보다 줄어든 것은 2019년 11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소비를 줄이는 게 일상화된 대표적인 분야는 식음료다. 비빔밥 같은 직장인 점심 메뉴부터 대표 배달음식인 치킨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음식 소비부터 아끼자’는 인식이 강해졌다.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편의점으로 몰렸다. 특히 일정 구독료를 지불하면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구독 쿠폰’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가령 구독료 4000원인 도시락 구독쿠폰을 구매하면 30일 동안 10회에 한 해 2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여기에 통신사 할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CU에 따르면 올해 1~3월 구독쿠폰 사용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0.1% 증가했다. CU는 이 같은 인기에 구독쿠폰 라인업을 확대했다. 탄산음료, 컵커피에 이어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맞게 바나나와 반숙계란, 저당음료 등을 살 수 있는 구독 상품도 출시했다. 구독 쿠폰도 다양화되는 모습이다.

티몬 '리퍼임박마켓' 사진. 티몬 제공

새 상품보다 저렴한 리퍼 상품도 인기다. 티몬은 지난해 말 리퍼상품과 소비기한 임박상품 등을 소개하는 ‘리퍼임박마켓’을 상시 전문관으로 새롭게 리뉴얼했다. 식품, 생활용품 등 350여개 상품이 등록돼 있다. 알뜰쇼핑족 덕분에 지난달까지 매출 신장률이 직전 동기 대비 318% 증가하고 구매 고객은 5배 늘었다.

전문가는 실물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짠물 소비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만 해도 명품을 사지 않거나 ‘무지출 챌린지’를 하는 사람들을 얼리어답터처럼 봤다. 현재는 이런 소비 경향이 본격화 됐다고 본다”며 “식음료나 생필품은 합리적인 가격인지 따지지만 희귀한 경험이나 갖고 싶은 물건에는 돈을 몰아서 쓰는 소비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한 기자 j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