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차없는 美… 中비밀경찰서 연루 중국계 2명 기소

입력 2023-04-18 05:53 수정 2023-04-18 08:31

미국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향우회 간판을 내걸고 중국 해외 도피 사범 송환 작전 등에 협력한 중국계 남성 2명이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기소됐다.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운영 의혹과 관련해 미국이 관련자를 형사 기소한 건 처음이다.

브레온 피스 뉴욕 브루클린 연방검사는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외교적 승인 없이 중국 경찰 작전을 수행한 혐의로 루젠왕(61세)과 천진핑(59세)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루젠왕와 천진핑은 모두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 내 중국 푸젠성 출신 향우회인 ‘창러공회’ 회장과 사무총장을 각각 맡고 있다. 루젠왕은 브롱크스에 살고 있으며 중국에도 거주지를 두고 있다. 천진핑은 맨해튼에 거주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이 중국 정부의 요원으로 활동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창러공회는 2013년 푸젠성 출신들의 교류 장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향우회다. 2016년에는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 6층 건물 사무실도 임대했다. FBI와 검찰은 지난해 초부터 미국 내 중국 반체제 인사를 식별·추적·위협하기 위한 비밀경찰서로 이곳을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스 검사는 “건물 한 층 전체에 신고 되지 않은 중국 공안 경찰서가 있었다. 이 비밀경찰서는 사악한 용도로 사용됐다”며 “중국 공안 당국자는 (이들에게)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중국계 민주화 운동가 소재를 파악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해당 피해자는 중국 민주화 운동가로 뉴욕주 의회 후보의 고문으로 일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는 중국 민주화에 대한 연설 이후 중국 정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로부터 위협적인 전화나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루젠왕은 지난해 중국 비밀경찰서를 운영하기 전에도 미국에서 중국 정부의 반체제 인사 위협 활동을 지원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에는 중국을 탈출한 인사를 되돌려 보내기 위한 가족 협박 작업에도 동참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브루클린 검찰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해외 도피 사범 송환 작전인 ‘여우 사냥’에 연루된 7명의 중국인 국적자를 기소했다. 이들 역시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그의 가족을 협박해 귀국을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FBI는 이때 차이나타운의 창러공회 사무실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주미중국대사관은 이곳이 중국의 비밀경찰서로 지목되자 “미국에 사는 중국인을 돕기 위한 장소”라며 “직원들은 중국 경찰관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루젠왕 등은 압수수색 당시 중국 공안 담당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파기하며 증거를 인멸했다가 이후 이를 시인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최소 53개 국가에서 102개가량의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며 중국 출신 해외 거주 인사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캐나다와 네덜란드, 아일랜드 정부는 중국에 비밀경찰서 운영 중단을 요구했지만, 실제로 비밀경찰서와 관련해 체포와 기소가 이뤄진 것은 미국이 처음이다.

한편 미 법무부는 이날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를 협박한 혐의 등으로 중국 공안국 경찰 34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모두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법무부는 이들이 중국 정부의 해외 선전 전략인 ‘912 특별 프로젝트’ 일환으로 이 같은 활동을 벌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미국 시민이 운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계정을 만들고, 중국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살해 위협이 포함된 협박 영상 등을 만들었다. 또 미국의 외교정책이나 홍콩 인권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 등과 관련한 허위 정보를 온라인에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는 또 미국 통신회사 직원에게 중국 반체제 인사 계정을 없애도록 종용한 중국 정부 관리 8명과 협조자 2명도 기소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