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느러미와 주둥이가 잘려 뭉툭해진 채로 헤엄치는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가 서귀포 앞바다에서 포착됐다. 돌고래 관광 선박에 의해 잘려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7일 오전 10시쯤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 앞바다에서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 수십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잠시 뒤 관광객 10명을 태운 돌고래 관광선이 등장해 빠른 속도로 돌고래 무리 가까이 접근했다.
그때 수면 위로 주둥이와 지느러미가 잘려나간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가 떠올랐다. 주둥이는 잘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붉은 상처가 나 있었다. 선박에 달린 날카로운 금속성 스크루에 잘린 것으로 추정된다. 등지느러미뿐만 아니라 주둥이까지 잘린 돌고래가 목격된 건 이례적이다.
최근 돌고래 선박 관광이 늘면서 돌고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낚시체험배가 돌고래 무리를 가로질러 추월하는 위험천만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배의 선수와 호흡을 위해 올라온 남방큰돌고래와의 간격이 불과 1~2m 정도여서 돌고래의 신체 부위 일부가 잘려나갈 뻔한 아찔한 광경이 이어졌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지난해 9월 모니터링을 통해 확보한 수십건의 돌고래 선박 관광 관찰 규정 위반 사례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도 했다.
과도한 돌고래 선박 관광은 돌고래들을 위협할 뿐 아니라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관광 선박이 돌고래 무리에 접근하면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돌고래들의 먹이활동과 휴식, 사교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남방큰돌고래 선박 관찰 가이드를 내놨다. 낚싯배와 요트 등 소형 선박은 돌고래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속력을 줄여야 한다. 특히 300m 이내에서는 선박의 스크루를 정지해야 하며 50m 이내로는 절대로 접근해선 안 된다. 대형 선박의 경우 100m 이내 접근이 제한된다.
또 돌고래에 접근하는 경우 앞쪽과 뒤쪽을 피하고 옆쪽에서 천천히 다가가야 하며, 동시에 3척 이상의 선박이 돌고래로부터 300m에 접근할 수 없다. 관찰 가이드를 지키지 않을 경우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러한 내용의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생태계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오는 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