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무기 구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미국 제재 대상에 오른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중·러간 군사 협력을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극진한 대접을 받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국방장관이 다시 러시아로 가 끈끈한 유대를 과시한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리 부장을 만나 “중·러 군사 협력은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양국 군은 합동 훈련을 강화하고 전략적 상호 신뢰를 심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이 큰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리 부장도 “중·러간 군사 신뢰가 점점 더 공고해지고 협력의 성과가 풍부해졌다”고 호응했다.
리 부장은 특히 “양국 관계는 냉전 때의 군사, 정치적 연합 체제를 능가한다”며 “비동맹주의에 기반을 둔 매우 안정적인 관계”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카운터파트를 중시하는 외교 관계에서 대통령이 장관과 직접 회담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푸틴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14일 리 부장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초청으로 16~19일 러시아를 공식 방문한다고 발표하면서 “러시아 국방부 지도자들과 회담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리 부장은 지난달 국방부장에 임명된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했다. 미국은 2018년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기 구매 및 개발을 담당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장비개발부 부장이었던 리 부장이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를 위반했다며 그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듬해 리 부장을 인민해방군 최고 계급인 상장으로 승진시켰고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에 임명하며 각별한 신임을 드러냈다. 이날 회담에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제기해온 중국의 대러 무기 지원 문제는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중국과의 국방 및 군사 소통을 재개하길 원한다면 리 부장 제재를 철회하고 중국 봉쇄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