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맞아도 먼저 때리면’ 학폭… 법 “서면사과 정당”

입력 2023-04-16 10:45 수정 2023-04-16 15:00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는 친구를 먼저 때린 후 더 많은 폭행을 당한 학생에게 내려진 서면사과 처분은 정당하다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최근 중학생 A군과 부모가 서울서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면사과 처분은 학교폭력 징계 중 가장 낮은 수위의 1호 처분이다.

A군은 중학교 1학년 재학 중인 2021년 같은 반 학생 B군과 다퉈 서울서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에 회부됐다.

심의위에 따르면 A군은 자신의 책상을 어지럽히고 발을 올려놓은 채 앉아있는 B군에게 화가 나 머리를 한 대 때리고 욕설을 했다. 이에 B군은 A군의 눈과 머리 등을 때리고 목을 졸랐다. 쓰러진 A군 머리를 발로 차기도 했다.

심의위는 같은 해 7월 A군에게 1호 처분인 서면사과 처분을 내렸다. B군에게는 1호와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과 협박·보복행위 금지(2호), 학교 봉사 6시간(3호) 등을 의결했다. A군은 이에 불복해 서울시교육청에 행정심판을 냈으나 교육청은 기각하고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조치를 추가했다. A군은 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A군 측은 “B군이 먼저 책상과 물건에 발을 올려 자리를 어지럽혔다”며 “머리를 툭 치며 ‘아이× 빨리 나와’라고 말한 것에 불과해 폭행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A군이 학생선수여서 징계로 학교운동부 활동이나 고등학교 진학에 악영향을 받게 돼 불이익이 과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심의위 결정이 정당하다고 봤다. 당시 학교 교사가 학생 19명을 대상으로 진술서를 받은 결과 5명이 A군이 욕설을 했다고 적었다. 또 일부 학생은 A군이 소리가 날 정도로 B군 머리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A군의 행위가 남자 청소년들 사이 통상적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수준 행위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군이 상해를 입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A군 행위가 B군 폭행의 발단이 된 점, 서면사과 처분은 졸업과 동시에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삭제되는 점 등에 비춰 처분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학교운동부 활동 제한 등을 이유로 가벼운 처분을 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학생선수라는 이유로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