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사]“글로벌 신약 하나 없는 K바이오… IPO제도 다시 만들어야”

입력 2023-04-16 06:00 수정 2023-04-16 06:00
윤상우 아우름자산운용 대표. 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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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이다”

국내 1세대 바이오 심사역 윤상우 아우름자산운용 대표가 최근 국내 바이오 시장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박한 평가다. 외부인의 시각이 아니다.

윤 대표는 2000년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기술투자 초창기 구성원으로 합류해 바이오 투자에 입문했다. 이후 한국기술투자(KTIC, 현 SBI인베스트먼트)와 증권사 등을 거쳤다. 지금까지 소속을 몇 차례 옮겼지만, 본업은 하나다. 바이오 투자다. 그는 국내 바이오산업과 성장과 함께 커왔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1세대 바이오 상당수가 그가 투자한 곳이다.

윤 대표는 14일 국민일보와 만나 “엔데믹으로 유동성 파티가 끝나니 부실 바이오 기업들이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라며 “국내 VC들끼리 바이오의 기업가치를 올려놓고, 상장(IPO)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해온 것이 최근 5~6년의 바이오 시장”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제대로 된 옥석 가리기를 하지 않고 투자했고, 풍부한 유동성 상황에서 손쉽게 수익을 내왔다는 지적이다.

비상장 바이오는 후속 투자가 막혔고, 상장 바이오의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는 현 시장 상황은 이에 따른 부작용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윤 대표는 셀리버리 등 최근에 상장폐지 위기에 빠진 바이오 기업들에 대해 “거래소 심사 단계에서 걸러졌어야만 하는 기업들”이라고 주장했다.

제도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 대표는 “성장성 특례는 물론 대다수 바이오 기업들이 선택하는 기술성 평가도 문제”라며 “항체치료제 기술 기업을 평가해야 하는데,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들어와 있는 경우도 봤다. 이런 제도에서는 제대로 된 성장토양이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이 하루아침에 될 리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당장 그가 찾은 대안은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소재에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선택했다. 국내 IT기업으로 따지자면 판교 소재 기업을 먼저 본다는 뜻이다.

윤 대표는 “(국내 바이오테크들처럼) 1년에 한 번 ‘바이오USA’ 등 행사에서 한번 미팅해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라며 “보스턴에는 협업하고 싶어 하는 빅파마들의 본사가 있는 곳이고, 수시로 사업계획서를 공유하며 소통이 이뤄지는 곳이다. 바이오테크끼리도 활발한 협업을 하는 등 훌륭한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재미과학자가 창업한 바이오테크에 두 번 연달아 투자했다.

다만 국내 개인 투자자가 윤 대표처럼 보스턴에 있는 바이오에 투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하반기부터 상장 바이오의 주가가 살아난다고 본다”라며 “미국 나스닥의 경우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의 소형주들이 많이 하락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방향성이 달라 질 것이다. 국내 바이오도 커플링(동조화) 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국내 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삼성과 SK등 대기업 계열사를 먼저 보길 권했다. 윤 대표는 “신약개발 바이오테크의 경우 고점 대비 80~90% 이상 하락했고, 전문가들의 추천이 있는 기업을 중점으로 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때 수조 원대 매출을 올렸던 진단키트 기업들은 이전의 매출 수준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하길 권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