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접촉 CCTV’ 나왔는데…정철승 “가짜 미투” 맞고소

입력 2023-04-14 14:34 수정 2023-04-14 14:35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술집 내부 CCTV에 찍힌 정철승 변호사와 후배 변호사 A씨. 정 변호사가 A씨 쪽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왼쪽 사진)과, 등에 손을 대는 장면. TV조선 보도화면 캡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인이었던 정철승 변호사가 자신의 ‘후배 변호사 성추행 피소 사건’에 대해 “전형적인 가짜 ‘미투(Me too·성폭력 고발 운동)’”라며 무고죄로 맞고소했다.

앞서 정 변호사가 후배 변호사의 손과 등을 만지는 CCTV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는데도 외려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철승 변호사가 14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더펌에서 후배 변호사 성추행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 변호사는 14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더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배 변호사 A씨를 무고죄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형사고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 변호사는 A씨를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치상)로 지난 10일 서초경찰서에 피소됐다.

고소장에는 지난달 27일 서초동에서 이뤄진 술자리에서 정 변호사가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A씨의 가슴으로 손을 뻗어 수초간 눌렀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 변호사가 A씨에게 반복적으로 손을 달라고 요구해 만지거나 허리를 감싸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정철승 변호사가 후배 변호사 A씨를 향해 손을 뻗고 있다. 이와 관련 A씨는 정 변호사가 가슴을 눌렀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 변호사는 물잔을 옆으로 치워주는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TV조선 보도화면 캡처

그러나 정 변호사는 이날 “이 사건은 오해나 착각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의도적인 거짓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해 저의 명예를 훼손한 전형적인 ‘가짜 미투’”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이번 사건을) 언론을 통해 알았는데, 일반적으로 성범죄 피해 여성들은 피해 사실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지만, A씨는 제 실명을 공개해 자신의 주장을 (언론에) 뿌려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범죄 피해 여성의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고, 허위 주장으로 특정 남성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사건 당시 상황이 녹화된 CCTV를 공개하며 “제가 기습적으로 가슴을 수초 간 찔렀다고 하는데, 이를 변호사라는 사람이 참고 있느냐.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억울해 했다.

그러면서 “대화할 때 저는 취한 내색이 전혀 없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이 다 있다. 현장 영상이 남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정철승 변호사가 후배 변호사 A씨의 손을 잡는 사진. 정 변호사는 이에 대해 "여성이 먼저 자기 손 모양이 다른 여성들과 다르다고 해서 여성의 손을 본 것"이라고 주장한다. TV조선 보도화면 캡처

정 변호사는 술자리 상황과 관련해선 기존 해명을 반복했다.

그는 A씨의 가슴을 눌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얘기를 듣다가 A씨가 앞에 놓인 물잔을 엎지를 것 같아 팔이 닿지 않을 위치로 옮겨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을 만졌다는 주장에는 “A씨가 자신의 손을 화제로 꺼냈기에 손을 보려고 잡은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선 정 변호사는 대뜸 “나중에 알았지만 A씨는 그간 극우 성향 단체에서 굉장히 활발히 활동했다고 한다”며 역공을 폈다.

A씨의 정치성향을 거론한 것으로 2차 가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 변호사는 “극우 단체에 대해 저는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은 보수가 아니고 사라져야 할 사람들이라고 비판해 왔는데, 이로 인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어 (고소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대단히 높아진 반면, 반작용으로 가짜 미투를 통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상황도 심각한 실태”라며 “이번 일로 국민들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변호사는 피해자 A씨와 변호사 30여명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오히려 내가 피해자”라는 글을 올렸는데, 이에 대해서도 2차 가해 논란이 있었다.

당시 대화방에서도 정 변호사의 태도가 부적절하다는 항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후배 변호사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정철승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TV조선 보도화면 캡처

이미 A씨는 술자리 상황과 관련해 “(정 변호사의) 손이 (내 가슴 쪽으로) 쑥 들어올 때 머리가 하얘졌다”며 “정말 몸이 굳어버렸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상태다.

식사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허리를 이렇게 잡더니 콱하고 당겼다. 등까지 쓸면서 놓아주더라. (나온 뒤에) 너무 무서워서 막 달렸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후 CCTV를 확인한 뒤 정 변호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과를 요구했지만, “내가 그 술자리에 (당신을) 불렀던 것도 아니고 귀하가 자기 발로 왔던 자리인데 이게 무슨 막돼먹은 짓이냐” “장난질 치고 싶으면 한번 해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