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기밀’ 유출 용의자는 21살 일병…뻥 뚫린 펜타곤

입력 2023-04-14 09:19 수정 2023-04-14 10:55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3일(현지시간) 1급 기밀문건의 첫 유출자로 지목된 비공개 대화방 운영자 잭 테세이라(21)를 체포했다. 이에 따라 미 사법당국은 기밀문건 유출 목적과 경위, 단독범행 여부, 유출된 문건과 온라인에 떠도는 문서의 조작 여부 등에 대해 본격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102정보단 소속 테세이라 일병과 펜타곤 이미지의 합성. 연합뉴스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미정부의 1급 기밀 유출 사건이 미군 계급상 두 번째로 낮은 '일병'에 의해 저질러졌음이 드러나면서 미국 기밀 취급 시스템의 취약성에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수년전 비슷한 문제를 겪고도 또 다시 '사병의 최고 기밀 유출 사건'이 또 발생한 만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와 방식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21살의 잭 테세이라는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102정보단 소속으로, 우크라이나에서부터 영국, 이스라엘 한국에 이르는 전 세계 곳곳에 후폭풍을 몰고 온 기밀 정보를 온라인에 흘린 혐의로 체포됐다.

주방위군 소속 말단 사병이 미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기밀에 접근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이를 외부에 전파하기까지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았다는 뜻이다.

미 국방부 패트릭 라이더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투부대의 젊은 소대장 등을 거론하며 "높은 수준의 보안 인가 등 때론 중대 수준의 책임을 가진 젊은 군인을 신뢰하는 게 군의 본질"이라고 변명했다. 기밀 접근 권한 판단에 있어서 '계급' 보다는 '직무'와의 연관성에 더 방점을 둔다고 해석할 수 있는 설명이다.

그러나 사병이 1급 비밀을 취급해도 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여전히 설득력이 떨어진다.

비록 군 정보부 소속일지라도, 특히 유출시 전면전과 같은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1급 비밀(TOP SECRET)은 최고위급 장교나 특별한 직무과정을 이수한 군 관계자들만이 다룰 수 있을 것이란 게 상식이다.

미군은 사병에 의한 기밀 누출 파문을 여러 차례 겪은 바 있다. 2010년 미 해군 범죄수사대(NCIS)는 51쪽 분량의 기밀 서류를 외국 정부 기관원으로 위장한 연방수사국(FBI) 비밀 요원에게 팔아넘기려 한 혐의로 브라이언 민규 마틴을 체포했다.

당시 해군 상병(사건 이후 불명예 전역)이었던 마틴은 돈을 받고 3쪽 분량의 1급 비밀 서류와 49쪽의 2급 비밀 서류를 팔려고 했다.

정보 업무를 맡고 있는 마틴 전 상병은 국방부 내 1급 비밀 전산망 및 2급 비밀 전산망 접근 인가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FBI 비밀 요원에게 자랑했다고 NCIS는 밝혔다. 한국에서 입양돼 미국에서 자란 그는 이후 군사법원에서 34년형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이보다 앞서 국방부 내부 전산망에서 아프가니스탄 전 기밀 문건 등 대량의 자료를 위키리크스로 빼돌린 브래들리 매닝 역시 육군 일병이었다.

일련의 사태 이후 기밀 정보에 대한 내부자 접근권 축소 등 관리 강화 방침을 내놓은 미군은 유사 사건 재발로 거센 질타와 함께 취급 시스템의 전면 검토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