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여기로 가” 월세 포기하고 통학로 낸 건물주

입력 2023-04-13 20:11 수정 2023-04-14 00:30
전북 전주 덕진구 인후초등학교 인근 상가 건물에서 12일 오후 한 초등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소유 상가 건물 한복판에 어린이의 안전을 위한 통학로를 열어두고 임대 수익을 포기한 한 건물주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인공은 전북 전주 인후동에서 상가 건물을 소유한 박주현(55)씨. 박씨는 이 건물에서 과일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박씨는 10년 전 주차장이던 부지에 건물을 세우면서 한복판에 점포를 들이지 않고 이동 통로를 만들었다. 어린이의 통학로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건물을 세우기 위해 부지 주변에 쇠파이프를 둘러 뒀는데, 매일 200~300명의 아이들이 그 아래를 기어 지나갔다”며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이곳을 막아 상가를 세우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결국 상가 한복판을 통행로로 만들었다. 약 99㎡인 이 공간에 점포를 들이고 월세를 받으면 매월 100만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박씨는 아내와 고민한 끝에 어린이의 통학로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게 상가 인근에 위치한 인후초등학교를 오갈 수 있는 지름길이 생겼다. 동네 아이들은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로 돌아갈 필요 없이 바로 학교로 갈 수 있게 됐다.

박씨는 통행로 앞뒤로 ‘인후초등학교 가는 길’과 ‘아파트 가는 길’ 푯말도 직접 만들어 붙였다.

박씨는 “하루에도 수백명의 아이들이 이 통로를 지나가는 걸 볼 때면 마음이 뿌듯하다”며 “대전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같은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길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