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미국 정보기관 등 제3자에게 제공한 국내 이용자 정보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13일 오모씨 등 4명이 구글과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이용자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내역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2심 판결 가운데 원고 일부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심은 구글이 비공개 의무를 부여한 미국 법에 따라 이용자 정보 활용 내역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개 여부를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공개 범위가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다.
대법원은 “대한민국 법령 외에 외국 법령도 준수해야 하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가 그 외국 법령에서 정보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공개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외국 법령의 내용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 법령에 따른 비공개 의무가 대한민국 헌법, 법률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에 비해 외국 법령을 존중할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외국 법령이 요구하는 비공개 요건을 충족하는 정보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들은 항목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제한·거절 사유를 통지해야 하고, 국가안보·범죄수사 등 사유로 외국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그 사유가 종료되면 정보 제공 사실을 이용자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구글 측은 “본사의 모든 소송은 미국 현지 법원이 전속 관할권을 가진다는 국제 합의가 존재한다”며 한국 법원에 낸 소송에 효력이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국제사법에 따른 소비자계약에는 전속적 재판관할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오씨 등 시민단체 활동가 6명은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해외사업자의 국내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 및 국내 이용자들에 대한 권리보장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다국적 인터넷 기업이 약관에서 본사 소재지로 전속적 재판관할 합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국내에 있는 이용자가 소비자로서 권리침해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 법원에 해당 해외사업자를 상대로 소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국내 이용자의 권리보호와 권리구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