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이 작성한 기밀문건에 러시아 군 지도부가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문제로 내부분열 조짐을 보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격전지 바흐무트 전투를 주도하는 등 전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공개적으로 러시아군을 향한 비판을 이어오고 있음에도 크렘린궁이 전혀 제지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러시아군 내에서는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러군 지도부, 바그너그룹 때문에 '골머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입수한 기밀 문건 내용을 공개하며 “미 국방부의 정보 유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바그너그룹의 역할이 조명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문서에는 러시아군 지도부가 바그너그룹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묘사돼있으며 군 지휘부의 결속력 약화를 추정케 하는 내용이 적시됐다고 WSJ은 설명했다. WSJ은 이 문서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세부 내용이 충분히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서에 따르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지난 2월 12일 바그너그룹에 군수품 조달을 중단하라고 직접 명령했다. 바흐무트 전투가 장기화하며 바그너그룹 소속 부대가 막심한 손실을 보던 시점이다.
실제로 프리고진은 지난 2월 말부터 게라시모프 참모총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러시아군 지도부를 겨냥해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탄약 등 군수물자가 제대로 조달되고 있지 않다면서 “바그너그룹을 파괴하려는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WSJ가 분석한 문서에는 러시아 국방부가 프리고진의 이 같은 발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프리고진의 돌발 행동에도 크렘린궁이 제지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는 데다 프리고진이 SNS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유명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 국방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한 프리고진의 행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심했다고 한다.
튀르키예, 바그너그룹에 '무기 판매' 의혹
유출된 다른 문서에는 바그너그룹이 지난 2월 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로부터 무기 구입을 시도했다는 문구가 적혔다. 바그너 관계자는 지난 2월 초 튀르키예로부터 무기와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튀르키예 측 한 인사와 접근했다. 그러나 문서에 언급된 튀르키예 인사가 누구인지, 튀르키예 정부가 이 비밀 만남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세계의 동맹국이다. 공개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 의사를 밝혀왓다. 만일 튀르키예가 바그너그룹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중적인 행동을 취했다는 얘기가 된다. 터키 방위산업청 대변인은 문서에 담긴 의혹을 부인했다.
튀르키예가 바그너그룹에 무기를 판 구체적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WSJ은 바그너그룹이 암시장에서 전투 물자를 조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