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가스정비용 도랑을 포트홀(도로파임)로 오인해 메워버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슈워제네거 전 주지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자택 인근의 도랑을 메우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늘 말하지만, 불만만 토로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그는 “이 커다란 포트홀 때문에 차와 자전거가 망가져 온 동네 주민들이 불평하고 있다”며 “오늘 내가 작업자들과 함께 밖에 나가 파인 곳을 메웠다”고 설명했다.
도로 위 움푹 팬 부분이 아스팔트가 내려앉으며 생긴 포트홀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실제 영상 속에서 슈워제네거 전 주지사는 인부 2명과 함께 도로 위 기다란 구멍을 아스팔트로 메우고 있다.
과거 영화 속 ‘터미네이터’ 역을 맡았을 때처럼 갈색 가죽 재킷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채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이다. 차를 몰고 지나가던 여성이 창문을 내리고 “고맙다”고 하자 “천만에요”라며 따듯하게 화답하는 여유도 보였다.
복구 작업은 납작한 삽으로 아스팔트를 눌러 다지고, 그 위를 흙으로 덮고서야 비로소 마무리됐다.
그는 “직접 할 수밖에 없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3주 동안 구멍을 누가 메워주기를 기다렸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열심히 작업해서 메운 구멍은 포트홀이 아니라 가스회사가 정비작업을 위해 뚫어놓은 도랑인 것으로 드러났다.
LA 시 대변인은 “그곳은 포트홀이 아니라 가스 회사인 소칼가스가 5월까지 진행하는 정비작업을 위해 허가받고 뚫어놓은 도랑”이라며 “소칼가스는 작업 완료 후 구멍을 메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슈워제네거가 터미네이터에서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문제를 만들어냈다’며 냉소적인 시선을 보냈다.
슈워제네거 전 주지사와 소칼가스 측은 이번 해프닝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