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구글, 한국 이용자 정보 ‘3자 제공’ 내역 공개하라”

입력 2023-04-13 17:33

구글이 국내 이용자 개인정보를 미국 정보기관 등 제3자에게 제공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3일 오모씨 등 인권활동가 6명이 미국 구글 본사와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이용자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내역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오씨 등은 2014년 구글에 자신들의 개인정보와 메일 내용 등을 제3자에게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그해 7월 소송을 냈다. 이들은 “구글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프리즘(PRISM)’ 프로그램에 사용자 정보를 제공했고, 이에 따라 자신들의 개인정보와 메일 내용 등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프리즘은 인터넷 정보를 수집하는 NSA의 감시 프로그램으로 미국 전직 정보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구글은 재판 과정에서 ‘전속적 국제재판관할 합의’를 내세워 한국 법원이 사건을 심시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용자들이 구글 서비스 가입 당시 ‘약관 또는 서비스와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소송은 독점적으로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연방 또는 주 법원에서 다뤄진다’는 내용의 약관에 동의했다는 게 근거였다.

1심과 2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1·2심 재판부는 “약관상 전속적 국제재판관할 합의는 구글 서비스 이용자들과 구글 본사 사이에 적법한 효력을 가진다”면서도 구글 본사가 한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영업활동을 하는 점 등을 들어 소비자계약에서는 해당 합의의 효력이 제한된다고 봤다. 국내에서 소송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원심 재판부는 미국 법령이 비공개 의무를 부여한 사항에 대해서는 구글이 정보 열람 및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대부분을 유지하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외국 법령이 비공개 의무를 부여한 것이라고 해도 한국 법원이 규정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파기환송심에서는 정보 공개 대상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대법원은 “해당 외국 법령에 따른 비공개 의무가 대한민국의 헌법과 부합하는지, 개인정보 보호 필요성보다 그 외국 법령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당한 사유가 있어도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들은 비공개 항목을 특정해 제한·거절 사유를 통지해야 한다”며 “국가안보와 범죄 수사 등을 이유로 외국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사유가 종료되면 이용자에게 정보 제공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