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나는 게 반가워”…가슴 찢는 유족의 호소

입력 2023-04-14 00:02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음주운전 사망사고 유족의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음주 운전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유족이 올린 ‘음주운전 사고가 반갑다’는 역설적인 제목의 글이 온라인상에서 안타까움과 함께 공감을 얻고 있다.

음주운전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는 A씨는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자분들한테는 죄송하다. 그런데 저에게는 간절하다”고 전제하고 “음주 사고 소식만 들으면 반갑다. 슬프고 아픈 사고일수록 반갑다. 많은 사람이 더 (함께) 아파해줬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어 “그래야 우리 아빠 죽인 가해자가 단 한 달이라도 실형을 살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가 이 글을 올린 건 지난 8일 초등학생 배승아(9)양의 목숨을 앗아간 대전 스쿨존 음주사고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던 때다.

게시글에 따르면 A씨의 아버지는 반년 전 집에서 5분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가해자는 같은 동네 주민으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A씨는 검찰로부터 경찰 보완 수사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아버지의 과실이 있고, 가해자가 119에 신고는 안 했지만 피해자를 구조하려는 듯한 모습이 확인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가해자는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답답한 A씨는 수십만원을 주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했지만 ‘이 정도로는 실형이 안 나온다’ ‘검찰로 다시 넘어가기 전에 다른 음주사고가 화제가 되어 높은 형량이 구형되길 기다려라’ 등의 대답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하루하루 힘든 심경으로 음주운전 사망사고 기사를 본다고 했다. 그는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99%랬는데 이젠 96%쯤 되진 않았을까. 80%쯤은 되려나, 하고 사고 뉴스를 본다”며 “눈물범벅이 돼서 기사를 한 번에 읽지도 못한다. 그래도 보고 또 본다”고 적었다.

지난 8일 대전 스쿨존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전직 공무원 A씨가 지난 사고를 내기 20분 전 만취 상태로 식당에서 나와 비틀거리며 차량으로 걸어가는 모습. SBS 보도화면 캡처

그러면서 “한 집안의 가장, 아이들의 엄마, 작고 소중한 내 아이를 죽인 사람은 남은 가족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풀려난다”면서 “제발 음주 운전자들을 엄하게 처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A씨는 특히 “평소처럼 집을 나갔던 내 가족이 누군가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그런데 이기적인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죽인 사람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면 언젠가는 가해자를 강하게 처벌해주지 않을까 하고 바라게 된다”며 “이런 기대를 하고 살아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닌 걸 안다. 그러나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하고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 피해자 가족들 앞에 놓여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A씨의 호소에 많은 이들이 ‘너무 처절한 외침 같다. 법이 꼭 바뀌길 빈다’, ‘가슴 찢어지는 사연이다. 똑같은 살인인데 처벌이 너무 약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감했다. 음주사고에 대해 누구보다 가슴 아팠을 피해자 가족이 오죽하면 이런 제목의 글을 썼겠냐는 안타까움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제목 보고 반대 누르러 들어왔다가 추천 누르고 간다”며 “저도 음주운전에 반대한다. 힘내시라”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정말 강하게 처벌된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음주운전을 지금처럼 쉽게 할 수 있겠냐”며 “음주운전이 걸리면 5년 정도 살게 하고, 사람이 다치면 20~30년, 죽이면 사형정도는 구형해야 한다. 왜 정확한 방법이 있는데도 하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