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선발진이 시즌 초부터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득점 지원은 아쉽고 뒷문도 불안하다. 웬만한 호투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KIA 선발진은 13일 전까지 팀이 치른 7경기 중 5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QS·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이 중 7이닝 이상을 3실점 이내로 묶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투구가 세 차례였다. 1선발 숀 앤더슨은 세 차례 등판에서 평균 7이닝을 소화하며 ‘상수’로 자리 잡았다. 아도니스 메디나와 양현종도 준수한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이 중 승리까지 이어진 것은 전날 한화전뿐이었다. 앤더슨은 개막전에서 6.2이닝 3실점, 지난 7일 7.1이닝 3실점(2자책)을 하고도 두 번 다 패전투수가 됐다. 결국 전날 7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하고서야 첫 승을 안았다.
KIA가 올 시즌 기록한 3승 중 2승은 역설적이게도 선발 투수 중 유일하게 QS를 기록하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간 이의리 등판일에 나왔다. 두 경기에서 KIA 타선은 도합 16점을 냈다. 나머지 다섯 경기에서 낸 점수를 모두 합쳐도 10점으로 크게 못 미쳤다.
투·타 엇박자에 기름을 붓는 건 타선 곳곳에 난 구멍이다. 팀 내 최고 타자 나성범과 올해 큰 기대를 모았던 김도영은 장기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고, 주장 김선빈도 제 컨디션이 아니다. 리드오프를 맡아줘야 할 박찬호 또한 아직 감을 되찾지 못했다.
포수들은 더 부연할 것도 없을 정도다. 올 시즌 마스크를 나눠 낀 한승택과 주효상은 이날 전까지 각각 13타수·5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쉬어가는 타순’이란 오명을 얻었다.
뒷문 상황도 심상치 않다. 주전 마무리 정해영이 문제다. 전날 한화전에서 5번째 등판 만에 시즌 첫 세이브를 거뒀지만 먼 길을 돌아 왔다. 4.2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6안타를 얻어맞았고 4점을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7.71이 됐다.
5번의 등판에서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매조지은 건 지난 9일 두산전 한 번 뿐이었다. 최근 2년 연속 30세이브, 프로야구 역사상 최연소 50세이브를 달성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론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는 구속이 꼽힌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정해영의 속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1㎞로 측정됐다. 지난해보다 시속 3.6㎞가량 덜 나오고 있다. 큰 키와 긴 팔을 활용해 위력적인 속구 위주로 승부하는 투구 패턴상 치명적인 변화다.
나지완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전날 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쳤지만 아직 컨디션이 확실히 올라오지 못한 모습”이라며 “타선의 중심을 잡아 줄 나성범·김선빈이 빠진 상황에서 불펜 역시 ‘필승조’가 마땅히 안 보인다”고 진단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